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뭐 어떻게 해야 하나요?(웃음) 이름은 임수민이고 도자기 전공해서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도예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문화예술 관련해서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것처럼) 상품 개발을 직접적으로 하기도 하고 교육활동이나 작가 개인 작품을 만드는 등의 작업 중에서도 요즘은 공방에서 체험 수강생과 원데이클래스 등의 비중을 많이 줄이면서 연간스케줄 규모의 교육 프로그램 운영하는 쪽으로 활동으로도 발을 많이 넓히고 있습니다.
도예가라고 한다면 나이가 지긋하시고 수염을 기르신 신선 같은 이미지를 생각하곤 했는데,
너무 젊으셔서 놀랐습니다(웃음) 너무 고정관념이었을까요? 도예를 전공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학부생활중에 세부 전공으로 도예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크게 특별하지 않은데, 집안 사정으로 잠시간 휴학을 하게 되었다가 시간이 타는 것이 아쉬워서 빠르게 복학하고 졸업 이후에 다른 일을 알아볼까 하다가 하다 보니 도예가 생각보다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솔직하게 말하면 도예를 하려고 선택을 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학부 생활을 하시면서 특별하게 도예에 마음을 쏟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일단 재미있었어요. 흙이라는 소재가 특히 그랬는데, 처음에는 흙이 굉장히 자유로운 소재라고만 생각했는데 10년 동안 경험해 보니 드는 생각은 자유로우면서도 한계에 도달한다는 점이 오히려 저에게는 흥미로운 점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2차 가공 3차 가공 차수에 따라 말리고 구워내고 유약을 바르고 소지의 종류나 물성 또한 다 계산해 나가야 하고... 까다롭고 어려운 작업들이었지만 복잡한 분야인 만큼 다양한 기법들을 적용시켜서 나오는 결과물들이 다 달랐고 그 과정들이 재미있었어요. 가르쳐주시는 교수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하나를 극한으로 연마하기보다 여러 가지로 적용시켜 보는 것들이 저에게는 더 맞았던 것 같아요. 도예를 전공한다고 해서 모두가 도자기를 업으로 하지는 않지만 저는 그래도 계속해서 한 분야 안에서 여러 작업을 해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대학 이후 시간들은 어떠셨나요? 지금 공주에서 활동하시기 까지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대학 3학년에 교수님이 운영하시는 도자기센터에 연결해 주셔서 문화예술 체험학습 등을 운영하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식견을 넓히게 되었고 그런 과정들 속에서도 많은 고민들을 했었는데요. 유학을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었을 것이고... 다들 하는 고민이지만 '무엇을 하면 먹고살 수 있게 될까'라는 생각에서 단순히 작품활동만 해서는 힘들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실 배고픈 예술가라는 타이틀은 이미 너무 오래되었다고 생각을 해서) 공주에서 석사 과정을 지내면서 센터에 취업하는 것을 선택했었어요. 센터에 있으면서 도자기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업무를 담당하면서 쉽지 않기도 했지만 어깨너머로 일머리라던지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경험들로 행정이나 자료정리들도 좀 더 익숙하고 기반 삼아 독립할 힘을 기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가르쳐주신 교수님께도 감사하지만 학교, 직장을 함께 지냈던 친한 언니가 있는데, 가마와 물레를 놓고 작업하던 공간을 흔쾌하게 내주고 작업할 환경과 기회를 제공해 준 게 정말 고마웠어요. 센터를 다니면서 출강을 다녔던 곳에서 저를 좋게 봐주시고 기억해 주시고 찾아주신 각 단체장님들도 정말 감사드리고. 이런 양해를 해주신 센터 국장님도 그렇고.
여러 가지 기억에 남으시는 활동들이 많으시겠지만 가장 최근에 진행하셨던 '미래유산활용상품산업'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시는지,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는 선생님께서 소개해주셨습니다. 저랑 잘 맞을 것 같다고. 처음에는 부담이었는데, 다른 상품개발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기도 하고 빡빡하다고 해야 할까요? 타 지원사업보다 일정이나 규모면에서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그럼에도 좋은 경험의 기회를 쉽게 잃고 싶지는 않았다고 할까요. 도자기는 실질적으로 샘플링을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내가 상상했던 이미지가 구현이 되는지 가마에 넣고 직접 구워보고 사이즈와 이미지가 명확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프로그램의 커리큘럼을 다 소화하고 나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상당히 촉박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작품 제작의 로테이션은 생각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데 단순한 샘플링 작업 이후 데이터 정리가 빠르게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상품 납품의 압박 속에서 시간 관리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차라리 똑같은 작품을 몇 백개 찍어낼 수 있는 상품이면 가능하겠지만, 담당자분들과의 소통을 통해 기한을 조정해 나가면서도 도자기 제작은 단기간에 완성될 수 있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적어도 3일에서 5일은 건조 시간 등을 확보해 나갔었는데 이 부분이 상품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크게 어려움을 겪은 부분임과 동시에 큰 도전이었다고 생각해요.
제작 과정은 짧은 기간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피드백과 개선을 위한 여지가 적었어요.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퀄리티를 양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극한적인 상황? 어떤 오기 같은 게 생기면서 가마에 불 때듯 정말 열심히 하게 되었는데 20대 이후로 이렇게 작업을 해본 게 거의 처음이지 않은가랄정도로 더 변형하고 업그레이드시켜서 버전 업해서 꼭 이루고 말리라는 욕심으로까지 번지더라고요.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서 주제와 아이템을 선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원래는 어떤 이미지를 개발하면서 우선적으로 시도해볼까 하다가, 술병이 어떤가! 물병을 해보자 생각했다가, 공주가 알밤이 유명하기도 하고 알밤주 막걸리병이나 증류수병이라던지 괜찮다고 생각을 했었고 양조장도 알아보고 직접 답사하면서 기초조사까지 진행했었는데 알아보니 단기적으로 끝낼 수 있을것으로 예상이 되지않아서 그대로 진행할 수는 없었고, 그러고나서 집에서 남편이랑 이야기하면서 앉아 있었는데 눈에 들어오는 게, 프러포즈할 때 선물 받았던 오르골이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바로 그 자리에서 (물론 남편의 양해가 있었습니다.) 뜯어보고 연구하고 도자기로도 적용해서 상품 개발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관련 자료나 레퍼런스들을 막 찾아봤어요. 오르골의 작동구조라던지 재료라던지 어느 나라가 유명하고 음악은 어떤 걸 쓰고 어떤 커스텀이 가능하고 양산이 가능한지 편곡이 가능한지.... 이런 많은 요소들이 수업을 듣는 중반기 이후에 거의 다 정리가 되어가면서 강사님들의 피드백을 받아가면서 절충하는 과정들이 있은 후에 선보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직접 오르골을 분해까지 해보셨다니... 오르골에 진심이 되신 게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오르골의 가장 큰 상품성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심신의 안정을 줄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도자기도 마찬가지인데 도자기도 힐링 아이템으로써 치유에 활용되기도 합니다. 요즘은 친환경적이고 창조적이고 정신건강학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적인 부분들을 강조하잖아요 공업이나 산업적으로도 그런 시대이다 보니, 도자기 체험학습을 할 때에도 수강하러 오시는 분들의 후기를 보면 심리적 안정과 소근육발달, 창의력 증진등의 효과를 보도록하는데 오르골도 어떻게 보면 맞닿아 있는 것이죠. 저가형 오르골에서부터 억대의 가격을 호가하기도 하는데 매니악하신 분들은 가져야겠다 하시는 분들은 가격에 상관없이 구매를 하기도 하세요. 이번에 개발하면서 여러 가지 오르골을 봤지만 저조차도 그 정도까지 좋은 오르골을 사보지는 못했는데 오르골이 돌아가면서 띵띵 띵 걸리는 쇠를 '노트'라고 부르는데 최소 18노트짜리 건반으로 진행하는 오르골이 있는가 하면 30노트 이상 커질수록 가격도 천차만별로 뻗치게 됩니다. 18노트짜리 스위스 오르골을 사면서 가게주인 대표님께서 해주신 이야기들 중에서도 우울증이 심한 분들도 그런 걸 극복하기 위해서 오르골을 주기적으로 사가신다고 들었습니다. 태엽을 천천히 감으면서 따뜻하면서도 오묘하게 슬픈 음악소리가 마음을 만져준다고 생각합니다.
도자기와 오르골을 융합해 보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들어본 바로는 나무를 사용하면 울림이 더 따뜻하고 감싸는 느낌을 준다면 도자기 울림은 청아하면서도 꽤 음질이 괜찮게 나오면서, 오르골이 원래 어디에다가 올려놓냐에 따라, 무브먼트를 어떻게 가져가냐에 따라 소리의 차이가 잇는 편인데 시간만 충분했다면 사이즈별로 도자기 케이스를 만들어봤을 것 같기도 합니다. 도자기의 두께라던지 내부의 빈 공간에 따른 소리가 다 달라서 비교해 보는 작업이 흥미로웠을 것 같으면서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웃음)
"우연히 꽂혀서 시작을 했던 게 찰떡이었던 거죠 매력에 빠진 거죠
시도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이야기였을 텐데"
이번 미래유산활용상품산업 참여 이후 소감이 어떠신가요?
이번 참여 경험에서 얻은 소감은 상품 개발에 있어 보다 심도 있게, 진중하게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생겼는데, 단순히 개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가 맡은 이 일을 어떻게든 완수하겠다는 각오를 품고 열정을 가지기가 갈수록 힘들어지잖아요. 다른 훌륭한 선생님들과 수업을 들을 때의 경험을 자양분 삼아서 저 혼자만의 학습이 아니라,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학습하는 과정도 무척 좋았습니다. 약 12~13명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조별로 수업을 듣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시간이 매우 유익했다고 생각하고, 프로젝트 내용을 빔 프로젝터로 설명받고, 마지막 회차에는 상품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는 시간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젊은 세대에 속하는 저는, 경험이 풍부한 선생님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얻을 수 있었어요. 제 고민에 대해 상담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은 매우 소중했습니다. 이러한 상호 교류를 통해 서로의 작업 스타일을 이해하고,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결과적으로, 이러한 만남과 소통의 자리가 제 작업에 큰 영감과 도움을 주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 도자기 작업이라는 개인적인 과정에서 벗어나, 다른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컸다고 평가합니다. 제 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일단은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손이 가는 대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거
그리고 눈길이 가는 대로 관심이 가는 대로 일단은 계속해가고 있다는 거
다행히 아직이 관심이 내 호기심이 도자기한테 질리지 않았다는 거
만약에이 작업이 질리고 하기 싫었으면 못 했을 거예요
돈이 되든 안 돼 근데 또 어떻게 하나가 질리면 또 이렇게 이게 하나가 생겨요
재밌는 게 그럼 이걸 한참 하다 보면은 이게 들릴 때쯤에 또 다른 포커싱이 생겨요
그럼 또 그거 한참 하다 보면 또 다른, 또 관심 가는 게 생겨요"
어떤 것에 빠져드는 '순간'에 반드시 황홀한 카타르시스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친한 친구랑 언제 정확하게 친해졌는지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어느 순간 돌아보면 '내가 이런 걸 참 좋아하나 보다'라고 문득 생각하곤 합니다.
어설펐던 순간순간들 사이로 마음이 스며들어 단단하게 굳어가는 것이 마치 도자기처럼, 지금 내가 좋아하고 몰두하는 시간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고작 물레 한번, 고작 25점 중 1점(點), 고작 도자기....... 아자아아아아아아아!!!!!!!!!!"
(배구... 아니 도자기에 빠져드는 작가님의 '순간'을 만화캐릭터의 대사로 표현해 보자면 이런 느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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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뭐 어떻게 해야 하나요?(웃음) 이름은 임수민이고 도자기 전공해서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도예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문화예술 관련해서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것처럼) 상품 개발을 직접적으로 하기도 하고 교육활동이나 작가 개인 작품을 만드는 등의 작업 중에서도 요즘은 공방에서 체험 수강생과 원데이클래스 등의 비중을 많이 줄이면서 연간스케줄 규모의 교육 프로그램 운영하는 쪽으로 활동으로도 발을 많이 넓히고 있습니다.
도예가라고 한다면 나이가 지긋하시고 수염을 기르신 신선 같은 이미지를 생각하곤 했는데,
너무 젊으셔서 놀랐습니다(웃음) 너무 고정관념이었을까요? 도예를 전공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학부생활중에 세부 전공으로 도예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크게 특별하지 않은데, 집안 사정으로 잠시간 휴학을 하게 되었다가 시간이 타는 것이 아쉬워서 빠르게 복학하고 졸업 이후에 다른 일을 알아볼까 하다가 하다 보니 도예가 생각보다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솔직하게 말하면 도예를 하려고 선택을 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학부 생활을 하시면서 특별하게 도예에 마음을 쏟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일단 재미있었어요. 흙이라는 소재가 특히 그랬는데, 처음에는 흙이 굉장히 자유로운 소재라고만 생각했는데 10년 동안 경험해 보니 드는 생각은 자유로우면서도 한계에 도달한다는 점이 오히려 저에게는 흥미로운 점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2차 가공 3차 가공 차수에 따라 말리고 구워내고 유약을 바르고 소지의 종류나 물성 또한 다 계산해 나가야 하고... 까다롭고 어려운 작업들이었지만 복잡한 분야인 만큼 다양한 기법들을 적용시켜서 나오는 결과물들이 다 달랐고 그 과정들이 재미있었어요. 가르쳐주시는 교수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하나를 극한으로 연마하기보다 여러 가지로 적용시켜 보는 것들이 저에게는 더 맞았던 것 같아요. 도예를 전공한다고 해서 모두가 도자기를 업으로 하지는 않지만 저는 그래도 계속해서 한 분야 안에서 여러 작업을 해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대학 이후 시간들은 어떠셨나요? 지금 공주에서 활동하시기 까지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대학 3학년에 교수님이 운영하시는 도자기센터에 연결해 주셔서 문화예술 체험학습 등을 운영하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식견을 넓히게 되었고 그런 과정들 속에서도 많은 고민들을 했었는데요. 유학을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었을 것이고... 다들 하는 고민이지만 '무엇을 하면 먹고살 수 있게 될까'라는 생각에서 단순히 작품활동만 해서는 힘들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실 배고픈 예술가라는 타이틀은 이미 너무 오래되었다고 생각을 해서) 공주에서 석사 과정을 지내면서 센터에 취업하는 것을 선택했었어요. 센터에 있으면서 도자기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업무를 담당하면서 쉽지 않기도 했지만 어깨너머로 일머리라던지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경험들로 행정이나 자료정리들도 좀 더 익숙하고 기반 삼아 독립할 힘을 기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가르쳐주신 교수님께도 감사하지만 학교, 직장을 함께 지냈던 친한 언니가 있는데, 가마와 물레를 놓고 작업하던 공간을 흔쾌하게 내주고 작업할 환경과 기회를 제공해 준 게 정말 고마웠어요. 센터를 다니면서 출강을 다녔던 곳에서 저를 좋게 봐주시고 기억해 주시고 찾아주신 각 단체장님들도 정말 감사드리고. 이런 양해를 해주신 센터 국장님도 그렇고.
여러 가지 기억에 남으시는 활동들이 많으시겠지만 가장 최근에 진행하셨던 '미래유산활용상품산업'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시는지,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는 선생님께서 소개해주셨습니다. 저랑 잘 맞을 것 같다고. 처음에는 부담이었는데, 다른 상품개발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기도 하고 빡빡하다고 해야 할까요? 타 지원사업보다 일정이나 규모면에서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그럼에도 좋은 경험의 기회를 쉽게 잃고 싶지는 않았다고 할까요. 도자기는 실질적으로 샘플링을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내가 상상했던 이미지가 구현이 되는지 가마에 넣고 직접 구워보고 사이즈와 이미지가 명확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프로그램의 커리큘럼을 다 소화하고 나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상당히 촉박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작품 제작의 로테이션은 생각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데 단순한 샘플링 작업 이후 데이터 정리가 빠르게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상품 납품의 압박 속에서 시간 관리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차라리 똑같은 작품을 몇 백개 찍어낼 수 있는 상품이면 가능하겠지만, 담당자분들과의 소통을 통해 기한을 조정해 나가면서도 도자기 제작은 단기간에 완성될 수 있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적어도 3일에서 5일은 건조 시간 등을 확보해 나갔었는데 이 부분이 상품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크게 어려움을 겪은 부분임과 동시에 큰 도전이었다고 생각해요.
제작 과정은 짧은 기간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피드백과 개선을 위한 여지가 적었어요.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퀄리티를 양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극한적인 상황? 어떤 오기 같은 게 생기면서 가마에 불 때듯 정말 열심히 하게 되었는데 20대 이후로 이렇게 작업을 해본 게 거의 처음이지 않은가랄정도로 더 변형하고 업그레이드시켜서 버전 업해서 꼭 이루고 말리라는 욕심으로까지 번지더라고요.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서 주제와 아이템을 선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원래는 어떤 이미지를 개발하면서 우선적으로 시도해볼까 하다가, 술병이 어떤가! 물병을 해보자 생각했다가, 공주가 알밤이 유명하기도 하고 알밤주 막걸리병이나 증류수병이라던지 괜찮다고 생각을 했었고 양조장도 알아보고 직접 답사하면서 기초조사까지 진행했었는데 알아보니 단기적으로 끝낼 수 있을것으로 예상이 되지않아서 그대로 진행할 수는 없었고, 그러고나서 집에서 남편이랑 이야기하면서 앉아 있었는데 눈에 들어오는 게, 프러포즈할 때 선물 받았던 오르골이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바로 그 자리에서 (물론 남편의 양해가 있었습니다.) 뜯어보고 연구하고 도자기로도 적용해서 상품 개발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관련 자료나 레퍼런스들을 막 찾아봤어요. 오르골의 작동구조라던지 재료라던지 어느 나라가 유명하고 음악은 어떤 걸 쓰고 어떤 커스텀이 가능하고 양산이 가능한지 편곡이 가능한지.... 이런 많은 요소들이 수업을 듣는 중반기 이후에 거의 다 정리가 되어가면서 강사님들의 피드백을 받아가면서 절충하는 과정들이 있은 후에 선보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직접 오르골을 분해까지 해보셨다니... 오르골에 진심이 되신 게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오르골의 가장 큰 상품성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심신의 안정을 줄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도자기도 마찬가지인데 도자기도 힐링 아이템으로써 치유에 활용되기도 합니다. 요즘은 친환경적이고 창조적이고 정신건강학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적인 부분들을 강조하잖아요 공업이나 산업적으로도 그런 시대이다 보니, 도자기 체험학습을 할 때에도 수강하러 오시는 분들의 후기를 보면 심리적 안정과 소근육발달, 창의력 증진등의 효과를 보도록하는데 오르골도 어떻게 보면 맞닿아 있는 것이죠. 저가형 오르골에서부터 억대의 가격을 호가하기도 하는데 매니악하신 분들은 가져야겠다 하시는 분들은 가격에 상관없이 구매를 하기도 하세요. 이번에 개발하면서 여러 가지 오르골을 봤지만 저조차도 그 정도까지 좋은 오르골을 사보지는 못했는데 오르골이 돌아가면서 띵띵 띵 걸리는 쇠를 '노트'라고 부르는데 최소 18노트짜리 건반으로 진행하는 오르골이 있는가 하면 30노트 이상 커질수록 가격도 천차만별로 뻗치게 됩니다. 18노트짜리 스위스 오르골을 사면서 가게주인 대표님께서 해주신 이야기들 중에서도 우울증이 심한 분들도 그런 걸 극복하기 위해서 오르골을 주기적으로 사가신다고 들었습니다. 태엽을 천천히 감으면서 따뜻하면서도 오묘하게 슬픈 음악소리가 마음을 만져준다고 생각합니다.
도자기와 오르골을 융합해 보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들어본 바로는 나무를 사용하면 울림이 더 따뜻하고 감싸는 느낌을 준다면 도자기 울림은 청아하면서도 꽤 음질이 괜찮게 나오면서, 오르골이 원래 어디에다가 올려놓냐에 따라, 무브먼트를 어떻게 가져가냐에 따라 소리의 차이가 잇는 편인데 시간만 충분했다면 사이즈별로 도자기 케이스를 만들어봤을 것 같기도 합니다. 도자기의 두께라던지 내부의 빈 공간에 따른 소리가 다 달라서 비교해 보는 작업이 흥미로웠을 것 같으면서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웃음)
"우연히 꽂혀서 시작을 했던 게 찰떡이었던 거죠 매력에 빠진 거죠
시도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이야기였을 텐데"
이번 미래유산활용상품산업 참여 이후 소감이 어떠신가요?
이번 참여 경험에서 얻은 소감은 상품 개발에 있어 보다 심도 있게, 진중하게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생겼는데, 단순히 개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가 맡은 이 일을 어떻게든 완수하겠다는 각오를 품고 열정을 가지기가 갈수록 힘들어지잖아요. 다른 훌륭한 선생님들과 수업을 들을 때의 경험을 자양분 삼아서 저 혼자만의 학습이 아니라,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학습하는 과정도 무척 좋았습니다. 약 12~13명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조별로 수업을 듣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시간이 매우 유익했다고 생각하고, 프로젝트 내용을 빔 프로젝터로 설명받고, 마지막 회차에는 상품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는 시간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젊은 세대에 속하는 저는, 경험이 풍부한 선생님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얻을 수 있었어요. 제 고민에 대해 상담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은 매우 소중했습니다. 이러한 상호 교류를 통해 서로의 작업 스타일을 이해하고,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결과적으로, 이러한 만남과 소통의 자리가 제 작업에 큰 영감과 도움을 주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 도자기 작업이라는 개인적인 과정에서 벗어나, 다른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컸다고 평가합니다. 제 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일단은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손이 가는 대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거
그리고 눈길이 가는 대로 관심이 가는 대로 일단은 계속해가고 있다는 거
다행히 아직이 관심이 내 호기심이 도자기한테 질리지 않았다는 거
만약에이 작업이 질리고 하기 싫었으면 못 했을 거예요
돈이 되든 안 돼 근데 또 어떻게 하나가 질리면 또 이렇게 이게 하나가 생겨요
재밌는 게 그럼 이걸 한참 하다 보면은 이게 들릴 때쯤에 또 다른 포커싱이 생겨요
그럼 또 그거 한참 하다 보면 또 다른, 또 관심 가는 게 생겨요"
어떤 것에 빠져드는 '순간'에 반드시 황홀한 카타르시스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친한 친구랑 언제 정확하게 친해졌는지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어느 순간 돌아보면 '내가 이런 걸 참 좋아하나 보다'라고 문득 생각하곤 합니다.
어설펐던 순간순간들 사이로 마음이 스며들어 단단하게 굳어가는 것이 마치 도자기처럼, 지금 내가 좋아하고 몰두하는 시간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고작 물레 한번, 고작 25점 중 1점(點), 고작 도자기....... 아자아아아아아아아!!!!!!!!!!"
(배구... 아니 도자기에 빠져드는 작가님의 '순간'을 만화캐릭터의 대사로 표현해 보자면 이런 느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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