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세 음악 감상회 @ieummmsae 충남 공주시 흑수골길 41 2층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금처럼 영원히 반짝일 수 있다면, 우리 인생도 그럴 수 있다면.
반면에 점점 뜨겁게 타오르는 것들도 있다. 태양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달콤한 향을 풍기는 것들도 있다. 와인처럼. 이러한 음악을 우리는 '명곡(Classic)'이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도 사랑을 받는 음악, 세대를 거쳐 계속 우리 마음속에서 숨 쉬는 그러한 음악들 말이다. 무엇이 음악을 명곡으로 만드는 것일까. 어째서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계속 듣고 사랑하는 것일까.
사랑받는 명곡 하면 떠오르는 음악들이 꽤나 많다. 그중에서도 4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이 커버하고, 사랑하는 '사랑하기 때문에'를 빼놓을 수 없다.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한다고는 할 수 없는 25살 남성의 어눌한 보컬과 그리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 멜로디. 우리는 유재하를 왜 아직까지도, 어쩌면 이제 와서 더 사랑하는 것일까? 유재하의 노래들은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주는 것일까?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외모, 음정도 잘 맞추지 못하는 다소 부족한 보컬. 우리가 아는 가수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은 유재하이다. 심지어 대중음악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한양대 작곡과 클래식 전공인 대학생이 대중음악 씬에 혼자서 작곡, 작사. 편곡까지 다 한 앨범을 들고 갑자기 등장한 것이다. 물론 완전히 뜬 구름에서 나타난 것은 아니다.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 김현식의 '봄여름가을겨울'에서 세션으로 활동하면서 조용필, 이문세, 김현식 등, 유명한 가수들에게 자신의 노래를 주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대중들에게 비추어지지 않았을 뿐, 음악계에서는 그의 작곡 능력과 타고난 음악적 재능을 알아봐 주고 있었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1987년 유재하의 데뷔 앨범이자 유작, 그리고 현재까지도 수많은 가수와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앨범이다. 유재하의 음악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2018년, 한겨레와 멜론에서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였다. 2018년에 와서야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을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일까. 아마 현재 대한민국 음악의 흐름과 트렌드를 보았을 때, 유재하의 음악이 미친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뜻일 것이다.
앨범의 영향력에 대해 얘기하자면 끝이 없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현대 대중음악의 이정표이다. 물론 이건 엄청난 비약이다. 어떻게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앨범 하나로 음악의 흐름이 바뀔 수 있는 가? 그 당시 유재하와 비슷한 음악을 추구하던 아티스트는 여럿 있었지만, 현재까지도 그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이영훈과 함께 유재하가 대표적이다. 소히 말하는 '뽕짝'스러움에서 성공적으로 탈피한 앨범이자, 다음 세대 음악의 방향성을 제시한 앨범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앨범을 감상하는 것도 작품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결국 개개인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나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느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겐 이 앨범이 기대만큼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에서 제일 좋아하는 앨범일 수도 있다.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이음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작품의 좋은 면을 볼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당신에게 '사랑하기 때문에'는 어떻게 다가왔나요?
1. 우리들의 사랑
- 살아본 적도 없는 시대를 추억하는 느낌이었다
따르릉 소리 전화를 들면
들려오는 그대 목소리
보고픈 마음 가눌 수 없어
큰맘 먹고 전활 했대요
우리는 옛날 음악을 왜 듣고, 유독 좋아하는 것일까?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의 감정적인 경험을 간접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살아보지 못한 시대를 그리워하는 참으로 역설적인 향수, 무작정적인 과거의 동경이 이러한 음악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과거에 대한 동경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원래 인간이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이 큰 법이기 때문이다.
따르릉 전화가 오니 후다닥 전화를 받는 유재하의 모습이 상상되지 않는가? 유재하에게 보고 싶어서 전화했다 하는 그녀. 그리고 그 말을 들으면서 웃는 유재하.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 사랑이 처음 시작될 때 너무 예쁜 감정들을 진심을 가득 담아서 표현한 점이 정말 잘 와닿는다.
해님이 방실 달님이 빙긋
우리들의 사랑을 지켜봐 주는
것 같아요
'방실', '방긋'과 같은 순우리말이 돋보이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표현을 사용한 것이 사랑의 풋풋함과 귀여움을 너무나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해님과 달님이 방실, 빙긋 웃어주며 우리들의 사랑을 지켜봐 주는 것 같다고 얘기하는 게... 얼마나 귀여운가!! 연애 초반에 느끼는 '우리 사랑은 운명이야!' 스타일의 사랑이 순우리말 표현들로 효과적으로 드러난다.
2. 그대 내 품에
- 유재하가 사랑한 사람은 누구였을지가 궁금해질 정도로 그 사람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이 잘 느껴진다
만일 그대 내 곁을 떠난다면
끝까지 따르리 저 끝까지 따르리
내 사랑 그대 내 품에 안겨
눈을 감아요
그대 내 품에 안겨
사랑의 꿈 나눠요
유재하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였길래 이렇게 애틋한 노래를 부르는 것일까. 둘은 어떠한 사랑을 나눈 것일까. 애인이 가는 곳이 어디든 끝까지 따르겠다는 유재하의 진한 사랑의 목소리. 여러분들은 누군가를 이토록 깊게 사랑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 서정적인 시에 멜로디를 붙인 것 같다
술잔에 비치는 어여쁜 그대의 미소
사르르 달콤한 와인이 되어
그대 입술에 닿고 싶어라
유재하 노래의 매력이라고 하면 단연코 필력을 빼놓을 수 없다. 윤종신도 그의 작사 실력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고 얘기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 곡을 포함하여 모든 노래가 서정적인 시에 멜로디를 붙인 것처럼 느껴진다. 달콤한 와인이 되어 그대 입술에 닿고 싶다고 얘기하는 유재하의 표현력은 정말 기가 막힌다.
3. 텅 빈 오늘 밤
- 옛날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유흥가에서 거칠게 누군가를 찾아다니는 장면이 떠오른다…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이라는 영화를 아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주인공이 술집에서 낯선 여자와 붉은 불빛 아래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떠오르는 노래이다. 반짝이는 신스 소리와 텅 빈 유재하의 마음속에서 공허히 퍼져나가는 리버브 진하게 걸린 목소리...
- 노래 분위기는 신나는데 가사는 쓸쓸해서 감정이 더 잘 느껴지는 것 같아요
오늘 밤 그대 떠나고
쓸쓸한 오늘 밤 모두 흥겹게
노래 부르며 춤추는데
나는 어이해 홀로 외로울까
그대 없는 텅 빈 밤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고 음악이 크게 나오는 술집에서 슬픔에 취해 춤을 추는 이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노래의 신나는 분위기가 이별의 슬픔을 더욱 강조한다.
4.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 못 그린 빈 곳을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으로 채워간다는 말이 참 쓸쓸하고 아련하면서도 아주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못 그린 내 빈 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 가리
나의 빈 곳을 내 모습으로 그려 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대가 채워주지 못한 나의 빈 곳을 그대가 떠난 후 나의 모습으로 스스로 채워간다는 것일까. 이별의 슬픔으로 무너지지 않으려는 유재하의 모습이 그려진다. 쓸쓸하고 외로운 그의 모습, 그리고 훌훌 털고 일어나려는 모습이 겹쳐 보인다.
5. Minuet
- 이제 시험지를 넘겨주세요
- 넓게 펼쳐진 초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는 듯한 평화로운 느낌이 들어요
앨범에서 단연코 제일 특이한 곡이다. 발라드 앨범 중간에 갑자기 클래식 음악이라니! 지금 들어도 신선한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한양대학교 클래식 전공 학생의 면모를 단단히 보여준 유재하의 미뉴엣. 이 곡 역시 유재하가 작곡하였다. 영어 듣기 평가에 나올 것 같은 단조로우면서 경쾌한 바이올린 미뉴엣, 금방이라도 시험지를 넘겨야 할 것 같다.
6. 가리워진 길
- 오늘 음감회에 참여한 이유라고도 볼 수 있는 곡입니다... 피아노를 좋아하는데 전주의 피아노 반주가 너무 좋네요...
이 음반에서 제일 유명한 노래 중 하나이다. 김현식의 86년 앨범 김현식 3집에 먼저 수록된 곡이다. 애인과 헤어지고 난 뒤 쓴 곡이며 피아노 반주로 곡을 이끌어간다.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어진 나의 길
이미 떠난 애인에게 자신에게 힘을 되어 달라고 얘기하다니... 떠나간 임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 경이롭게 느껴질 따름이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제일 좋아하는 가사. 들을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 삶은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나도 사실은 힘이 되어주고 동행인이 되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는 요즘입니다
사랑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 것일까. 얼핏 보면 사랑이란 참 쓸데없는 감정의 낭비이다.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감정을 소모한다. 우리는 이러한 행위를 통해 대체 무엇을 얻는 것일까. 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을 살아갈 힘 말이다. 내가 힘을 얻는 만큼 나도 상대방에게 힘을 주는 것이다. 마치 차가운 눈보라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펭귄들이 서로 몸을 부대끼듯, 우리는 차가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사랑의 온기를 나누는 것이다. 가끔 사랑이란, 그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 그 힘의 정체는 다양한 형태를 띨 것이다.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고, 자신감의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다. 내 옆에 누군가가 있기 때문에 나는 더 강해지는 것이다. 나의 주어진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힘이 돼주는 존재, 그것이 사랑 아닐까?
7. 지난날
- X가 생각나는 가사...
- 생각이 많아지는 가사...
- 시원하고 후련한 노래…
다시 못 올 지난날을
난 꾸밈없이 영원히 간직하리
그리움을 가득 안은 채
가버린 지난날
참 시원섭섭한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애인과 이별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자 훌훌 털어버리는 유재하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아마 이 노래를 듣는 많은 분들도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다.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보면서 말이다.
- 같이 음악감상하는 오늘도 우리의 지난날이 되겠네요 그대로 그 나름대로
- 가장 공감 가는 가사인 것 같다. 졸업하면 지금이 생각나겠지?
예전처럼 돌이킬 순 없다고 하면서도
문득문득 흐뭇함에 젖는 건 왜일까
그대로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세상 사람 얘기하듯이 옛 추억이란 아름다운 것
그렇지만 꼭 누군가와의 이별로 이 곡을 생각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냥 내가 그리워하는 모든 순간들을 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또 음악을 감상하는 재미 아니겠는가? 작가의 의도는 존재하지만 굳이 그걸 그대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해석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게 열려 있기 때문이다. 다 같이 즐겁게 음악을 듣는 이 시간도, 유재하가 노래하고 있는 지난날인 것이다.
8. 우울한 편지
- 개인적 최애곡. 재즈인데 묘하게 한국적인 느낌입니다. 어떻게 멜로디 진행을 이렇게 잘하나 싶네요
- 재즈 같은 피아노 기교가 포인트로 들려서 신선하네요
- 뭔가 스산해요
자동으로 영화 '살인의 추억'의 장면들이 재생되는 강력한 음악이다. 재즈적인 요소가 가장 짙게 묻어나는 노래지만 묘한 한국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는 신기한 곡.
- 이런 편지를 받는 사람은 어떤 생각이 들까
우울한 편지는
이젠⋯
이별했던 이를 다시 만나게 된 유재하. 슬픈 내용을 담은 우울한 편지를 애인으로 전해 받고 극적으로 재회를 하게 된다.
나를 바라볼 때 눈물 짓나요
마주친 두 눈이 눈물겹나요
그럼 아무 말도 필요 없이
서로를 믿어요
서로를 믿고 다시 사랑하고자 약속한 밤, 헤어졌던 연인이 자신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건네주었다. 편지를 받은 유재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또 편지를 쓰는 그녀의 마음은 어떠하였을까.
이 앨범 전체는 유재하가 자신의 사랑을 경험으로 만든 앨범이다. 즉, 그가 사랑하던 한 여인을 생각하며 만든 앨범인 것이다. 이 노래의 마지막에 나오는 플루트 반주가 놀랍게도 유재하의 애인이 연주한 것이다. 유재하가 곡을 바친 주인공은 바로 해당 앨범의 기악 파트 중ᅠ바이올린, 오보에, 플루트를 담당한 김애란 연주자라고 한다. 그녀는 초등학교 동창이었으며 대학에서 기적처럼 재회했음이ᅠ라디오스타ᅠ유재하 편과 본인이 먼 지인이라고 주장하는 유튜브의 몇몇 댓글에 의해 밝혀졌다. 어찌어찌해서 결국 그녀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지만, 갑작스런 유재하의 죽음으로 당시 사귀는 중이었던 이 김애란 씨는 큰 충격을 받고 한동안 잠적하며 은둔 생활을 하며 깊이 슬퍼했다고 한다. 그렇게 몇 해 동안 살다가, 보다 못한 부모가 해외여행이라도 하며 안정을 취하게끔 했는데, 스위스로 여행을 가서 한 카페에 들렀는데 난데없이 카페에서 유재하 노래가 나와서 기겁했다고 한다. 카페 주인에게 이 노래에 대하여 묻자 한 한국인 여행자가 준 음반인데 가수나 가사는 몰라도 너무 애절하여 종종 틀어준다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9. 사랑하기 때문에
한국 발라드ᅠ계보에서ᅠ시조 격으로 평가받는 곡이자 한국 대중가요 역사상 최고의 곡 중 하나로 꼽힌다. 발라드에 팝과 클래식적 요소를 가미하고, 브리지 부분을 도입하였으며, 이 곡 이전에 한국 가요에서 흔했던 소위 말하는 신파적ᅠ뽕끼라는 요소를 아예 찾아볼 수 없는 시초 격 곡들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현대 한국 발라드 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곡 중 하나로 평가된다.
- 도입부터 심장을 울리는 노래
단연코 대중가요에서 사용된 가장 아이코닉한 클라리넷 소리로 포문을 연다. 정말 다양한 악기 소리가 어우러지면서 유재하의 편곡 능력을 느낄 수 있는 곡.
- 순수한 목소리로 모든 걸 드리겠다는 말이 주는 진심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다시 돌아온 그댈 위해
내 모든 것 드릴테요
우리 이대로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리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온 그녀에게 모든 것을 드린다는 유재하의 말. 그의 사랑을 과연 우리가 가늠조차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유재하는 어떤 감정으로, 어떤 생각으로 이 곡을 불렀을까?
아름답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엄청난 명곡. 첫 만남과 이별, 그리고 다시 돌아온 사랑의 이야기를 요약하는 노래로 누군가 사랑이 뭐냐 물어보면 조용히 이 곡을 틀고 싶다. 이보다 아름답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까?
나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데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할까. 이게 사랑이 가진 힘이다.
작사, 작곡, 편곡 모든 방면에서 혼자서 해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앨범이다. 특유의 풋풋하면서 순수한 보컬에 얹힌 사랑의 향기가 짙게 풍기는 시 같은 노랫말들,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한껏 뽐낸 아름다운 악기들의 하모니.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앨범이 탄생하였다. 이 앨범의 영향력은 현재까지도 이어지면서 우리가 듣는 수많은 곡들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고, 미치고 있다. 유재하의 피가 흐르지 않는 발라드/ 팝 음악은 찾아보기 힘들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아마 존재하는 듯하다. 유재하의 아름다운 목소리, 우리는 4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25살 유재하가 건네는 사랑 이야기를 들으며 변함없이 웃고 울고 있다. 가장 아름다울 때 하늘의 별이 된 청년, 2024년, 그 당시 유재하의 나이인 아이들이 자신의 노래를 듣고 있는 모습을 하늘에서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방긋 웃고 있을까.
우리가 우재하의 음악을 듣는 이유는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저 사랑하기 때문에. 그가 노래하는 사랑을 우리 또한 사랑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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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세 음악 감상회 @ieummmsae 충남 공주시 흑수골길 41 2층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금처럼 영원히 반짝일 수 있다면, 우리 인생도 그럴 수 있다면.
반면에 점점 뜨겁게 타오르는 것들도 있다. 태양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달콤한 향을 풍기는 것들도 있다. 와인처럼. 이러한 음악을 우리는 '명곡(Classic)'이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도 사랑을 받는 음악, 세대를 거쳐 계속 우리 마음속에서 숨 쉬는 그러한 음악들 말이다. 무엇이 음악을 명곡으로 만드는 것일까. 어째서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계속 듣고 사랑하는 것일까.
사랑받는 명곡 하면 떠오르는 음악들이 꽤나 많다. 그중에서도 4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이 커버하고, 사랑하는 '사랑하기 때문에'를 빼놓을 수 없다.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한다고는 할 수 없는 25살 남성의 어눌한 보컬과 그리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 멜로디. 우리는 유재하를 왜 아직까지도, 어쩌면 이제 와서 더 사랑하는 것일까? 유재하의 노래들은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주는 것일까?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외모, 음정도 잘 맞추지 못하는 다소 부족한 보컬. 우리가 아는 가수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은 유재하이다. 심지어 대중음악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한양대 작곡과 클래식 전공인 대학생이 대중음악 씬에 혼자서 작곡, 작사. 편곡까지 다 한 앨범을 들고 갑자기 등장한 것이다. 물론 완전히 뜬 구름에서 나타난 것은 아니다.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 김현식의 '봄여름가을겨울'에서 세션으로 활동하면서 조용필, 이문세, 김현식 등, 유명한 가수들에게 자신의 노래를 주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대중들에게 비추어지지 않았을 뿐, 음악계에서는 그의 작곡 능력과 타고난 음악적 재능을 알아봐 주고 있었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1987년 유재하의 데뷔 앨범이자 유작, 그리고 현재까지도 수많은 가수와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앨범이다. 유재하의 음악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2018년, 한겨레와 멜론에서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였다. 2018년에 와서야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을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일까. 아마 현재 대한민국 음악의 흐름과 트렌드를 보았을 때, 유재하의 음악이 미친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뜻일 것이다.
앨범의 영향력에 대해 얘기하자면 끝이 없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현대 대중음악의 이정표이다. 물론 이건 엄청난 비약이다. 어떻게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앨범 하나로 음악의 흐름이 바뀔 수 있는 가? 그 당시 유재하와 비슷한 음악을 추구하던 아티스트는 여럿 있었지만, 현재까지도 그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이영훈과 함께 유재하가 대표적이다. 소히 말하는 '뽕짝'스러움에서 성공적으로 탈피한 앨범이자, 다음 세대 음악의 방향성을 제시한 앨범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앨범을 감상하는 것도 작품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결국 개개인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나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느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겐 이 앨범이 기대만큼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에서 제일 좋아하는 앨범일 수도 있다.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이음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작품의 좋은 면을 볼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당신에게 '사랑하기 때문에'는 어떻게 다가왔나요?
1. 우리들의 사랑
- 살아본 적도 없는 시대를 추억하는 느낌이었다
따르릉 소리 전화를 들면
들려오는 그대 목소리
보고픈 마음 가눌 수 없어
큰맘 먹고 전활 했대요
우리는 옛날 음악을 왜 듣고, 유독 좋아하는 것일까?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의 감정적인 경험을 간접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살아보지 못한 시대를 그리워하는 참으로 역설적인 향수, 무작정적인 과거의 동경이 이러한 음악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과거에 대한 동경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원래 인간이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이 큰 법이기 때문이다.
따르릉 전화가 오니 후다닥 전화를 받는 유재하의 모습이 상상되지 않는가? 유재하에게 보고 싶어서 전화했다 하는 그녀. 그리고 그 말을 들으면서 웃는 유재하.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 사랑이 처음 시작될 때 너무 예쁜 감정들을 진심을 가득 담아서 표현한 점이 정말 잘 와닿는다.
해님이 방실 달님이 빙긋
우리들의 사랑을 지켜봐 주는
것 같아요
'방실', '방긋'과 같은 순우리말이 돋보이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표현을 사용한 것이 사랑의 풋풋함과 귀여움을 너무나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해님과 달님이 방실, 빙긋 웃어주며 우리들의 사랑을 지켜봐 주는 것 같다고 얘기하는 게... 얼마나 귀여운가!! 연애 초반에 느끼는 '우리 사랑은 운명이야!' 스타일의 사랑이 순우리말 표현들로 효과적으로 드러난다.
2. 그대 내 품에
- 유재하가 사랑한 사람은 누구였을지가 궁금해질 정도로 그 사람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이 잘 느껴진다
만일 그대 내 곁을 떠난다면
끝까지 따르리 저 끝까지 따르리
내 사랑 그대 내 품에 안겨
눈을 감아요
그대 내 품에 안겨
사랑의 꿈 나눠요
유재하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였길래 이렇게 애틋한 노래를 부르는 것일까. 둘은 어떠한 사랑을 나눈 것일까. 애인이 가는 곳이 어디든 끝까지 따르겠다는 유재하의 진한 사랑의 목소리. 여러분들은 누군가를 이토록 깊게 사랑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 서정적인 시에 멜로디를 붙인 것 같다
술잔에 비치는 어여쁜 그대의 미소
사르르 달콤한 와인이 되어
그대 입술에 닿고 싶어라
유재하 노래의 매력이라고 하면 단연코 필력을 빼놓을 수 없다. 윤종신도 그의 작사 실력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고 얘기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 곡을 포함하여 모든 노래가 서정적인 시에 멜로디를 붙인 것처럼 느껴진다. 달콤한 와인이 되어 그대 입술에 닿고 싶다고 얘기하는 유재하의 표현력은 정말 기가 막힌다.
3. 텅 빈 오늘 밤
- 옛날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유흥가에서 거칠게 누군가를 찾아다니는 장면이 떠오른다…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이라는 영화를 아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주인공이 술집에서 낯선 여자와 붉은 불빛 아래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떠오르는 노래이다. 반짝이는 신스 소리와 텅 빈 유재하의 마음속에서 공허히 퍼져나가는 리버브 진하게 걸린 목소리...
- 노래 분위기는 신나는데 가사는 쓸쓸해서 감정이 더 잘 느껴지는 것 같아요
오늘 밤 그대 떠나고
쓸쓸한 오늘 밤 모두 흥겹게
노래 부르며 춤추는데
나는 어이해 홀로 외로울까
그대 없는 텅 빈 밤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고 음악이 크게 나오는 술집에서 슬픔에 취해 춤을 추는 이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노래의 신나는 분위기가 이별의 슬픔을 더욱 강조한다.
4.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 못 그린 빈 곳을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으로 채워간다는 말이 참 쓸쓸하고 아련하면서도 아주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못 그린 내 빈 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 가리
나의 빈 곳을 내 모습으로 그려 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대가 채워주지 못한 나의 빈 곳을 그대가 떠난 후 나의 모습으로 스스로 채워간다는 것일까. 이별의 슬픔으로 무너지지 않으려는 유재하의 모습이 그려진다. 쓸쓸하고 외로운 그의 모습, 그리고 훌훌 털고 일어나려는 모습이 겹쳐 보인다.
5. Minuet
- 이제 시험지를 넘겨주세요
- 넓게 펼쳐진 초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는 듯한 평화로운 느낌이 들어요
앨범에서 단연코 제일 특이한 곡이다. 발라드 앨범 중간에 갑자기 클래식 음악이라니! 지금 들어도 신선한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한양대학교 클래식 전공 학생의 면모를 단단히 보여준 유재하의 미뉴엣. 이 곡 역시 유재하가 작곡하였다. 영어 듣기 평가에 나올 것 같은 단조로우면서 경쾌한 바이올린 미뉴엣, 금방이라도 시험지를 넘겨야 할 것 같다.
6. 가리워진 길
- 오늘 음감회에 참여한 이유라고도 볼 수 있는 곡입니다... 피아노를 좋아하는데 전주의 피아노 반주가 너무 좋네요...
이 음반에서 제일 유명한 노래 중 하나이다. 김현식의 86년 앨범 김현식 3집에 먼저 수록된 곡이다. 애인과 헤어지고 난 뒤 쓴 곡이며 피아노 반주로 곡을 이끌어간다.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어진 나의 길
이미 떠난 애인에게 자신에게 힘을 되어 달라고 얘기하다니... 떠나간 임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 경이롭게 느껴질 따름이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제일 좋아하는 가사. 들을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 삶은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나도 사실은 힘이 되어주고 동행인이 되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는 요즘입니다
사랑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 것일까. 얼핏 보면 사랑이란 참 쓸데없는 감정의 낭비이다.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감정을 소모한다. 우리는 이러한 행위를 통해 대체 무엇을 얻는 것일까. 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을 살아갈 힘 말이다. 내가 힘을 얻는 만큼 나도 상대방에게 힘을 주는 것이다. 마치 차가운 눈보라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펭귄들이 서로 몸을 부대끼듯, 우리는 차가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사랑의 온기를 나누는 것이다. 가끔 사랑이란, 그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 그 힘의 정체는 다양한 형태를 띨 것이다.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고, 자신감의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다. 내 옆에 누군가가 있기 때문에 나는 더 강해지는 것이다. 나의 주어진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힘이 돼주는 존재, 그것이 사랑 아닐까?
7. 지난날
- X가 생각나는 가사...
- 생각이 많아지는 가사...
- 시원하고 후련한 노래…
다시 못 올 지난날을
난 꾸밈없이 영원히 간직하리
그리움을 가득 안은 채
가버린 지난날
참 시원섭섭한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애인과 이별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자 훌훌 털어버리는 유재하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아마 이 노래를 듣는 많은 분들도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다.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보면서 말이다.
- 같이 음악감상하는 오늘도 우리의 지난날이 되겠네요 그대로 그 나름대로
- 가장 공감 가는 가사인 것 같다. 졸업하면 지금이 생각나겠지?
예전처럼 돌이킬 순 없다고 하면서도
문득문득 흐뭇함에 젖는 건 왜일까
그대로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세상 사람 얘기하듯이 옛 추억이란 아름다운 것
그렇지만 꼭 누군가와의 이별로 이 곡을 생각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냥 내가 그리워하는 모든 순간들을 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또 음악을 감상하는 재미 아니겠는가? 작가의 의도는 존재하지만 굳이 그걸 그대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해석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게 열려 있기 때문이다. 다 같이 즐겁게 음악을 듣는 이 시간도, 유재하가 노래하고 있는 지난날인 것이다.
8. 우울한 편지
- 개인적 최애곡. 재즈인데 묘하게 한국적인 느낌입니다. 어떻게 멜로디 진행을 이렇게 잘하나 싶네요
- 재즈 같은 피아노 기교가 포인트로 들려서 신선하네요
- 뭔가 스산해요
자동으로 영화 '살인의 추억'의 장면들이 재생되는 강력한 음악이다. 재즈적인 요소가 가장 짙게 묻어나는 노래지만 묘한 한국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는 신기한 곡.
- 이런 편지를 받는 사람은 어떤 생각이 들까
우울한 편지는
이젠⋯
이별했던 이를 다시 만나게 된 유재하. 슬픈 내용을 담은 우울한 편지를 애인으로 전해 받고 극적으로 재회를 하게 된다.
나를 바라볼 때 눈물 짓나요
마주친 두 눈이 눈물겹나요
그럼 아무 말도 필요 없이
서로를 믿어요
서로를 믿고 다시 사랑하고자 약속한 밤, 헤어졌던 연인이 자신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건네주었다. 편지를 받은 유재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또 편지를 쓰는 그녀의 마음은 어떠하였을까.
이 앨범 전체는 유재하가 자신의 사랑을 경험으로 만든 앨범이다. 즉, 그가 사랑하던 한 여인을 생각하며 만든 앨범인 것이다. 이 노래의 마지막에 나오는 플루트 반주가 놀랍게도 유재하의 애인이 연주한 것이다. 유재하가 곡을 바친 주인공은 바로 해당 앨범의 기악 파트 중ᅠ바이올린, 오보에, 플루트를 담당한 김애란 연주자라고 한다. 그녀는 초등학교 동창이었으며 대학에서 기적처럼 재회했음이ᅠ라디오스타ᅠ유재하 편과 본인이 먼 지인이라고 주장하는 유튜브의 몇몇 댓글에 의해 밝혀졌다. 어찌어찌해서 결국 그녀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지만, 갑작스런 유재하의 죽음으로 당시 사귀는 중이었던 이 김애란 씨는 큰 충격을 받고 한동안 잠적하며 은둔 생활을 하며 깊이 슬퍼했다고 한다. 그렇게 몇 해 동안 살다가, 보다 못한 부모가 해외여행이라도 하며 안정을 취하게끔 했는데, 스위스로 여행을 가서 한 카페에 들렀는데 난데없이 카페에서 유재하 노래가 나와서 기겁했다고 한다. 카페 주인에게 이 노래에 대하여 묻자 한 한국인 여행자가 준 음반인데 가수나 가사는 몰라도 너무 애절하여 종종 틀어준다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9. 사랑하기 때문에
한국 발라드ᅠ계보에서ᅠ시조 격으로 평가받는 곡이자 한국 대중가요 역사상 최고의 곡 중 하나로 꼽힌다. 발라드에 팝과 클래식적 요소를 가미하고, 브리지 부분을 도입하였으며, 이 곡 이전에 한국 가요에서 흔했던 소위 말하는 신파적ᅠ뽕끼라는 요소를 아예 찾아볼 수 없는 시초 격 곡들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현대 한국 발라드 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곡 중 하나로 평가된다.
- 도입부터 심장을 울리는 노래
단연코 대중가요에서 사용된 가장 아이코닉한 클라리넷 소리로 포문을 연다. 정말 다양한 악기 소리가 어우러지면서 유재하의 편곡 능력을 느낄 수 있는 곡.
- 순수한 목소리로 모든 걸 드리겠다는 말이 주는 진심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다시 돌아온 그댈 위해
내 모든 것 드릴테요
우리 이대로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리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온 그녀에게 모든 것을 드린다는 유재하의 말. 그의 사랑을 과연 우리가 가늠조차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유재하는 어떤 감정으로, 어떤 생각으로 이 곡을 불렀을까?
아름답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엄청난 명곡. 첫 만남과 이별, 그리고 다시 돌아온 사랑의 이야기를 요약하는 노래로 누군가 사랑이 뭐냐 물어보면 조용히 이 곡을 틀고 싶다. 이보다 아름답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까?
나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데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할까. 이게 사랑이 가진 힘이다.
작사, 작곡, 편곡 모든 방면에서 혼자서 해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앨범이다. 특유의 풋풋하면서 순수한 보컬에 얹힌 사랑의 향기가 짙게 풍기는 시 같은 노랫말들,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한껏 뽐낸 아름다운 악기들의 하모니.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앨범이 탄생하였다. 이 앨범의 영향력은 현재까지도 이어지면서 우리가 듣는 수많은 곡들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고, 미치고 있다. 유재하의 피가 흐르지 않는 발라드/ 팝 음악은 찾아보기 힘들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아마 존재하는 듯하다. 유재하의 아름다운 목소리, 우리는 4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25살 유재하가 건네는 사랑 이야기를 들으며 변함없이 웃고 울고 있다. 가장 아름다울 때 하늘의 별이 된 청년, 2024년, 그 당시 유재하의 나이인 아이들이 자신의 노래를 듣고 있는 모습을 하늘에서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방긋 웃고 있을까.
우리가 우재하의 음악을 듣는 이유는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저 사랑하기 때문에. 그가 노래하는 사랑을 우리 또한 사랑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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