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could be Purple (그림상점로 참여작가 인터뷰 1)

2023-11-14

여러분은 자신을 어떤 '색'으로 표현하고 싶으신가요?


 보라색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로는 영성과 깊은 사색을 연상시키기도 하지요.
 색채 심리학에서는 보라색이 진정 작용을 하여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도 합니다.
 보라색은 전 세계 여러 문화에서 왕실과 귀족을 상징하는 색으로 여겨지기도 하였는데, 특히 고대 로마에서는 보라색 염료가 매우 비쌌기 때문에 권력과 부를 상징하는 색상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보라색은 예로부터 권위와 신비로움을 나타내는 색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자연에서도 보라색은 비교적 드물게 나타나는 색상입니다. 그 때문인지 보라색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에 고급스러움이나 차별화된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예술과 디자인 분야에서 보라색은 강렬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기 위해 사용되기도 합니다. 패션에서는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할 때 쓰이며, 인테리어에서는 공간에 깊이와 풍부함을 더하는 색상으로 활용됩니다.
 또한, 마케팅에서는 제품을 돋보이게 하고 브랜드의 이미지를 향상하는 데에도 사용됩니다.
 과학적으로도 살펴보자면 보라색은 빛의 스펙트럼에서 가장 짧은 파장을 가진 빛입니다. 물리학에서는 자외선에 가까운 파장을 가지고 있어, 빛의 스펙트럼에서 빨간색과 반대편에 위치합니다.
 문학적으로 보라색은 종종 비현실적이거나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 데 사용됩니다. 또한, 예술 작품에서 보라색은 감정의 깊이를 표현하거나, 미스터리 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쓰입니다.
 보라색은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복합적인 의미와 역할을 가지며, 인간의 문화, 심리, 경제 활동에 깊이 관여하는 색상입니다.
색 하나만을 가지고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데,
자기 자신을 색으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이 사뭇 어려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예진 작가는 보라색에 비춰 자신을 표현해 주었는데요, 때때로 성별 고정관념이 있는 빨강과 파랑 (혹은 분홍과 하늘색)이 섞여 보라색을 만들어 가는 것 처럼, 자기 또한 여러 색 중에 색의 '고정관념이 없는'  색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강렬한 빨강과 차분한 파랑 중간에서 안정감과 역동성을 동시에 표현하는 보라색 속에 '우주'라는 주제에 많은 것을 담고, 묶어내고자 하는 그녀만의 세계관이 잘 표현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의 인터뷰에 소개된 그녀의 생각들과 작품을 통해 보랏빛으로 물들어보는 경험을 담아 전해봅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예진이라고 합니다. 



작가님은 언제부터 화가의 꿈을 꾸셨나요?

초등학교 시절부터 장래희망으로 화가라는 직업을 꼭 써 넣었는데, 당시에는 잘한다는 칭찬을 받는 것이 기쁘고 쾌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화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본격적으로 화가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2학년 즈음이었습니다. 공산성 그리기 대회에서 입상하면서, 미술에 대한 제 열정과 재능이 더욱 확고해졌고, 이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공부로 인정받는 것보다 그림을 그려서 누군가가 인정해 주는 것이 더욱 좋았던 것 같아요.

그 후로 미술에 대한 열정을 더해 중학교 3학년부터 입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했던 기억이 있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그림이 있으셨나요?


초등학생때 단풍 그리는 대회가 있었는데, 제가 되게 강렬하게 빨갛게 단풍을 표현했던 기억이 나요. 보시는 분들이 ‘산불이 난것만 같다’ 라고 표현 하셨는데, 지적처럼 표현하셨지만, 저는 오히려 그 새로운 시각이 흥미로웠습니다. 미술은 주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게 되었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미술'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미술에 대한 인식이 일반적으로 '비싸다' '힘들다'라고들 하시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어머니는 지지를 많이 해주셨고, 아버지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결국은 제가 좋아하는 일에 질릴 때까지 끝까지 가보라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많은 지원을 받았죠. 졸업 후 처음으로 강사로 일하기 시작했는데, 작가로서 작품의 퀄리티와 수강생들에게 에너지를 쏟는 것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어중간한 태도가 결국 양쪽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고 느꼈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고민 끝에, 과감하게 돈을 버는 일을 포기하고 공주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지원하여 작업실과 재료비를 지원받아 작품을 만들었던 경험이 떠오릅니다.


작품활동 말고도 해오신 일들이 있을까요?


예술촌을 나온 후에도 작품 판매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는 신진 작가로서, 경제적인 활동을 위해 "아트카페"를 운영했었습니다.

개인 작업 공간도 겸하면서 그림도 그리고 손님들이 오시면 원데이 클래스 체험도 하는 그런 복합문화공간 카페를 생각하고 준비를해서 운영을 했었는데, 작가활동으로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게되고 전시라던지 작업 일들 때문에 손님들 입장에서 카페인지 작업실인지 학원인지 혼란스러워하셨던 부분들이 생겼던것 같아요. 

그래서 아트카페를 2년간 운영 후 접는 준비를 하면서 그림 동화 만드는 일도 겸하게 됐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해서 어린이 동화책과 교육프로그램에 활용될 수 있도록하는 사업으로, 어린이들이 우리 지역에 대한 이해와 사랑하는 마음을 품기를 바라는 마음에 시작한 예술 스타트업입니다. (웃음)

사업비로는 그림상점로와 충남창업창직 지원사업 등 같은 공모사업에 지원해 많은 도움을 얻었고, 특히 공주시그림상점로 등과 전시사업을 통해 작가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서도계속해서 선순환이 잘되는 구조로 시스템을 잘 다듬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차세대작가공모전 등에 지원을 하기도하고 지역사회와 계속해서 소통하면서 수월하게끔 일들을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성장해 간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들은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한곳에서만 활동하다 보면 사고가 닫힐까 걱정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말씀드렸던 동화책 작업도 큰 도전이었어요.

 E북이나 인터넷 강의가 더 잘되고 서점들이 계속해서 문을 닫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동화책을 만들어야겠다고생각한 이유는 요즘 아이들에게 '어디서 왔니?'라고 물으면 자신이 사는 아파트 이름만 말하고 다른 설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지역이나 마을에 대한 인식보다 건물 브랜드명에 익숙하다는 것이 충격적이었고, 그래서 지역을 좀 더 알려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공주뿐만 아니라, 시리즈로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는 도전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경제적인 측면보다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어린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카페를 운영하는 경우도 아르바이트 경험을 바탕으로 쉽게 생각하고 도전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있습니다. 좀 더 단단하게 준비하고 생각했어야 했다는 깨달음을 얻었죠. 지난 경험들과 선택들을통해 가장 많이 성장했다고 느낍니다. 도전과 실패의 경험들이 앞으로의 일이나 작품에 자양분이된다고 생각합니다.



'우주'에 대한 주제의 작품이 많은데, 그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가 따로 있으신가요?


22년도 대표작 극히 괴로워도 헤엄쳐 나올 길은 있으므로


2022년 대표작 <극히 괴로워도 헤엄쳐나올 길은 있으므>를 보시면, 같은 역경 속에서 서로 연대하여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기에 그린것으로,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을 탈(mask)로 표현해 서로를 위해 연대하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제가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히 우주에 관한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모두 특별한 우주라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빅뱅을 통해 형성되었고 하나로 볼 수도 있지만, 인간 개개인은 각각의 생각, 감정, 경험이 모두 다릅니다. 이런 다양한 집합체들이 다 특별한 우주로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각 개인이 자신이 특별한 우주임을 깨닫길 바랐고, 그래서 얼굴이 없는 인물들을 통해 특정 개인을 지칭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특별한 우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습니다. 이러한 세계관을 확장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작품에 탈(mask)을 많이 사용해왔습니다. 작품에 탈을 씌운 이유는 '우주라는 이상세계 안에서 보호해주는 도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누구나 가면을 가지고 있고, 들키기 싫은 감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가면을 쓰면 싫을 때는 웃을수 있고, 화날 때는 화를 낼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싫어도 웃어야 하고, 감정을 드러내면 안된다는 약속이 있잖아요. 그래서 가면을 통해 이런 감정을 표출시키고자 했습니다. 사람들이 탈을 보고 자신의 보호 도구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다양한 표정의 탈을 제작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제 시그니처인 탈을 버리고, 우주라는 세계관을 확장하여, 보호 도구가 없이도 본질적인 내가 떳떳하고 특별하게 사는 것이 더 나다운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조차도 가면을 쓰고 살았지만, 이제는 그것을 버리고 우주라는 세계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합니다



그만두고 싶다 이렇게 생각을 해보신 적은 한 번도 없으신가요? 


저는 작품 활동을 하면서 지역적 격차로 인한 어려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현재 미술관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고, 사람들이 큰 전시회를 보러 가려면 대부분 서울로 향합니다. 반면, 지역의 작은 갤러리에서도 꾸준히 전시가 열리고 있지만, 젊은 친구들이나 그림에 관심이 많은 어른들도 문화생활을 위해 주로 서울을 찾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편중 현상이 허물어져서, 여러 지역(예를 들어 충청도 뿐만 아니라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등)에서도 전시를 많이 열고, 여행이나 관광을 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시스템이 형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도 유명한 작가의 전시가 있으면 서울로 가곤 합니다. 이런 점이 저에게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유명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내 전시를 보러 오지 않는다는 생각에 자격지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탈을 벗어 던지면서 자격지심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바뀌었습니다.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내가 성공해서 유명한 작가가 되어 지역에서도 전시를 열며 그 지역을 더 알리면, 이러한 문화적 편중 현상이 허물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10년 뒤에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 보신 게 있을까요? 

5년, 10년 후의 목표를 생각해 보면, 대학원을 졸업하고 외국에서 다양한 지역의 작가들과 교류하고, 그곳에서도 제 그림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 큰 목표입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아무런 성과 없이 오는 것이 아니라, 제 작품 성과와 더 단단해진 상태로 돌아와 전시를 이어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제 작품을 알아봐 주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고흐 하면 '별이 빛나는 밤'이 떠오르는 것처럼, 오예진 하면 특정 그림이 멋있다고 인식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물론 이 목표가 5년이나 10년 내에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술활동을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마게팅과 SNS를 활용해 많이 홍보하고, 사람들이 제 작품을 인지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동화책이나 어린이 교육 관련된 작업도 꾸준히 병행하여,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는 작가가되고 싶습니다.


유명해지고 싶으신가요? 


당연히 그렇죠. 혼자 만족하는 미술은 유명해지기 어렵고, 혼자만의 취미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미술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많은 이들에게 보여지며, 그 과정에서 소통하고 인정받아야 직업으로서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저는 보라색을 좋아합니다. 제 작품에도 보라색을 많이 사용하는데, 빨간색과 파란색을 합치면 보라색이 되잖아요. 태극기처럼 강렬한 색의 혼합이 멋지기도 하고, 정치적이거나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한 빨간색과 파란색이 합쳐져 보라색이 됩니다. 저는 모든 것이 하나라는 주제로 우주를 그리기 때문에, 이러한 섞여서 통일된 색을 많이 반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보라색. 좋아해요(웃음)





그녀의 작가노트

개인의 독특한 존재와 경험과 삶은 그들만의 생각, 감정, 경험, 목표, 그리고 인생의 여정을 각각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을 통해 모든 것이 하나이지만
동시에 각각 다른 형태를 가진 인간을 “다양한 우주적 존재" 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독자적인 위치의 다양한 개인이 자기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목표를 추구한다면, 이는 그들이 우주 속에 서 고유한 역할을 하는 ‘특별한 우주’라는 의미를 전하고 싶습니다.

 

작품을 통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공감하며 개개인의 독특한 가치와 서로의 차이점을 존중하며 자신의 우주 를 찾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본 게시글 및 사진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습니다. 무단으로 복제, 전송, 배포, 스크랩 등을 금지합니다.

해당 내용의 무단 사용을 적발할 경우 법적 조치가 취해질 수 있습니다.


포스팅에 활용된 작품 사진, 오예진 작가 제공

저작권자 ©️ 다다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