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엄기창 조율사, 47년의 손길로 빚어낸 '소리의 예술’

강나영
2024-11-16


 

소스테누토의 마음으로: 피아니스트와 조율사의 특별한 만남

 

음악은 우리의 감정을 어루만지고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과도 같습니다. 그 마법 같은 음악 속에는 다양한 표현 방식이 존재하며, 그중에서도 '소스테누토'라는 용어는 특별한 울림을 선사합니다. 마치 깊이 뿌리내린 나무가 흔들림 없이 서 있듯, 소스테누토는 음을 길게 끌어 곡의 흐름을 부드럽게 이어가며 음악에 안정적인 토대를 마련해줍니다.

소스테누토는 단순히 음을 길게 유지하는 기술적인 측면을 넘어, 연주자의 내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안정감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는 연주자에게는 편안함을, 청중에게는 곡의 본질을 느끼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처럼 '소스테누토'는 음악에 숨결을 불어넣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이 소스테누토와 같은 존재가 우리 곁에도 있습니다. 바로 국가공인 1급 조율사, 엄기창 님입니다. 그는 수많은 음악인들에게 묵묵히 곁을 지키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분입니다. 저 역시 지난 20년간 그의 손길로 조율된 피아노를 연주하며 음악적 영감을 얻고 성장해왔습니다.

이제부터 엄기창 조율사님과 나눈 뜻깊은 대화를 통해, 피아노 조율이라는 섬세한 예술의 세계와 그 안에 담긴 그의 깊은 철학을 함께 만나보려 합니다. 그의 이야기는 마치 아름다운 선율처럼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줄 것입니다.

 

 

 

조율사의 길: 운명처럼 시작된 여정

 


[사진] "자신의 매장에서 피아노와 함께하는 엄기창 조율사. 이곳에서 수많은 피아노들이 그의 손길을 거쳐 갔다."

 

엄기창 조율사님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한 점괘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점을 봐주던 '공진'이라는 사람은 어린 엄기창에게 "이 아이는 쇠 소리를 듣고 살게 될 것이다"라는 예언을 남겼습니다. 당시에는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시간이 흘러 피아노 조율사로서의 길을 걷게 된 그는 그 ‘쇠 소리’가 바로 피아노의 현을 의미하는 것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마치 운명처럼, 그의 삶은 그렇게 피아노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피아노 조율사로서의 첫 발걸음은 영창 피아노 회사 입사였습니다. 특별한 배경이나 이끌어주는 사람 없이 스스로의 열정과 노력으로 그는 빠르게 실력을 키워나갔습니다. 놀랍게도, 갓 입사한 신입사원 엄기창은 '그랜드 피아노 조립 조정부'에 배치되었습니다. 이 부서는 피아노 제작의 마지막 단계에서 완벽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고도의 기술과 경험을 요구하는 핵심 부서였습니다.


엄기창 조율사님은 이 특별한 시작을 발판 삼아 단 6개월 만에 조율을 맡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몸으로 기술을 익혔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조율 기술을 터득해 나갔습니다. 4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는 수많은 연주자들의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 그들의 음악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습니다.

엄기창 조율사님에게 피아노 조율은 단순한 직업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어린 시절의 예언처럼 운명적으로 시작된 그의 소명이자, 평생을 바쳐 이루어온 그의 예술입니다. 그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아름다운 선율은, 그의 삶과 철학이 담긴 소중한 결실입니다.



조율, 그 이상의 예술: 피아노의 본질을 살리다

 


[사진]"피아노의 소리를 섬세하게 다듬고 있는 엄기창 조율사. 한 땀 한 땀 그의 손끝에서 피아노의 소리가 살아난다.“


엄기창 조율사님은 피아노 조율을 단순히 기술적인 작업이 아닌, 예술적이고 종합적인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는 피아노가 본래 가진 음색을 살리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피아노는 제작된 브랜드마다, 그리고 연주된 시간에 따라 모두 다른 음색을 가지고 있으며, 조율은 피아노의 기본적인 정확성을 유지하면서도 이러한 개성을 살려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만남을 통해 저는 엄기창 조율사님이 피아노 조율을 얼마나 예술적으로 접근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강나영: 정말 그렇군요. 제가 몇 년 전에 연주회에 참가했을 때, 컨디션이 좋지 않은 피아노를 연주하게 되어 어려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엄기창: 그런 경험은 누구나 하게 됩니다. 하지만 경험이 풍부한 조율사라면 피아노의 상태를 파악하고 최적의 조율을 해줄 수 있습니다.

 

강나영: 그렇다면 엄기창 조율사님께서는 피아노 조율을 하면서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엄기창: 저는 피아노가 본래 가지고 있는 음색을 살리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피아노는 브랜드마다, 또 연주된 시간에 따라 모두 다른 음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율은 피아노의 기본적인 정확성을 유지하면서도 그 개성을 살려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나영: 역시 조율사님의 준비해주신 피아노가 어떻게 그런 아름다운 음색을 가지게 되는지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느끼네요..!

 

엄기창: 피아니스트뿐만 아니라 작곡가나 음악 감독 역시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피아노 조율사도 피아노의 개성을 살려내는 예술적 감각이 필요하다고 저는 믿습니다.




[사진] "강나영 리사이틀 당일, 연주의 완벽함을 위해 피아노를 조율 중인 엄기창 조율사.“

 


엄기창 조율사님은 피아노 조율이 단순한 기술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피아노의 정밀함과 경험, 그리고 예술적 감각이 모두 갖추어져야만 완벽한 조율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엄기창 조율사님은 피아노가 가진 본래적인 음색을 살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피아니스트와의 소통을 통해 피아노의 개성을 살리는 작업을 해왔고, 많은 연주자들이 그와 함께 연주를 준비하고싶어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국가공인 1급 조율사이기도 한 그는, 4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쌓아온 숙련된 기술과 깊이 있는 음악적 이해를 바탕으로 수많은 후배 조율사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피아노와의 동행: 예술과 철학의 만남

 

엄기창 조율사님의 피아노 조율에 대한 철학은 음악과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됩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의 범위를 넓혀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고 믿으며, "클래식 음악이 단순히 특정 작곡가의 작품에 국한될 필요는 없습니다. 현대의 감정과 생각이 담긴 음악이 미래의 클래식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음악이 시대와 함께 변화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을 보여줍니다.

 

그는 또한 음악 교육에 대한 철학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음악 교육이 "음악 공부"가 아닌 "음악을 즐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음악을 수학처럼 가르치지 마세요. 아이들의 특성과 생각을 존중하며, 그들에게 맞는 방식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엄기창 조율사님은 음악 교육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학생들이 음악을 통해 진정한 행복과 성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러한 그의 철학은 피아노 조율에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엄기창 조율사님은 피아노가 주는 소리의 품질이 연주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으며, 그로 인해 피아노 조율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조율 작업을 통해 연주자들이 음악을 더욱 깊이 느끼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강나영: 저는 엄기창 조율사님과 함께한 20년 동안, 피아노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단순히 연주 기술뿐만 아니라, 음악의 깊은 의미와 피아노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죠. 선생님의 섬세한 손길과 따뜻한 격려는 제 음악 인생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엄기창 조율사님은 제게 단순히 피아노 조율사 그 이상의 존재입니다. 그는 제 음악적 여정에 '소스테누토'처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고, 덕분에 저는 음악가로서 더욱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엄기창: 저도 그 20년 동안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피아니스트와 조율사는 서로 배우고 가르치며 성장하는 관계입니다. 앞으로도 피아노와 함께하는 여정을 계속해 나가길 바랍니다.

 

강나영: 네, 선생님. 저도 선생님과 함께라면 피아노와의 교감을 더욱 깊이 있게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언제나 제 음악을 지탱해주시는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엄기창 조율사님은 단순히 피아노를 조율하는 기술자를 넘어, 음악과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철학을 가진 진정한 예술가입니다. 그의 삶과 철학은 우리에게 음악의 가치와 힘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사진] "조율을 마친 무대 위 피아노. 연주자의 눈에는 더욱 빛나는 악기로 다가온다."


어쿠스틱 악기, 영혼을 울리는 소리

 

엄기창 조율사님은 어쿠스틱 악기의 가치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는 어쿠스틱 악기가 전자 악기와는 다른 특별한 소리와 감성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어쿠스틱 악기는 영혼이 담긴 악기입니다. 전자 악기는 그것을 흉내 낼 뿐, 진짜 소리를 내지 못하죠. 마치 스피커폰으로 대화하는 것과, 사람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의 차이처럼 말입니다. 어쿠스틱 악기의 소리는 인간의 감성을 풍부하게 해주는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는 어쿠스틱 악기에 대한 깊은 존경과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신념은 엄기창 조율사님이 피아노 조율에 있어 정밀함과 섬세함을 놓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는 피아노의 본래 음색을 최대한 살려내며, 피아니스트가 원하는 소리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의 조율 작업은 단순한 기계적인 과정이 아닌, 음악의 본질을 찾고 그것을 더욱 빛나게 하는 예술적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엄기창 조율사님의 손길이 닿은 피아노는 단순한 악기를 넘어, 연주자의 영혼과 소통하는 또 하나의 생명체가 됩니다.

 

 



공주 시민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엄기창 조율사님은 공주 시민들에게 어쿠스틱 악기의 소중함을 잊지 말고, 음악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즐거움을 나누기를 당부합니다. 그는 음악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젊은 세대들이 음악을 통해 꿈과 열정을 키워나가기를 희망합니다. "음악은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어쿠스틱 악기는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악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즐거움을 나누며,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엄기창 조율사님의 메시지는 음악이 가진 힘과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엄기창 조율사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저는 피아노 조율이 단순한 기술이 아닌, 예술과 철학, 그리고 삶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긴 '소리의 창조'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의 피아노 조율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장인 정신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노력하며 더욱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엄기창 조율사님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음악의 가치와 힘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그의 삶과 철학은 우리 사회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음악을 통해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영감을 줍니다. 우리 모두 엄기창 조율사님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세상에 아름다운 소리를 전하는 '소스테누토' 같은 존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 글은 피아니스트로서, 오랜 시간 엄기창 조율사님과 함께해온 저의 경험과 감정을 담아 작성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이 글을 통해 피아노와 조율의 세계,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깊은 예술적 가치를 함께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엄기창 조율사님의 섬세한 손길과 열정적인 마음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처럼, 우리 모두의 삶에도 따뜻한 울림이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야마하피아노 공주악기사

충남 공주시 무령로 259

010.5422.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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