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그래서 팔월드(Palworlds)가 뭐라고?

다다에디터 참정성
2024-01-31


 에디터로 활동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분야 혹은 콘텐츠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나 반응들에 대해서 관심과 호기심을 품게 되곤 합니다. 

 특별히 저는 영화나 드라마, 혹은 게임과 같이 특정한 세계관이 반영되거나 탄탄한 스토리, 오락성을 담는 콘텐츠들에 상당한 관심이 있어서, 시간을 들여서 직접 찾아가 보거나, 돈을 들여서 사서 경험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최근에는 영화관을 직접 찾아가지 않고도 집에서 여러 플랫폼을 통해 개인 취향에 따른 콘텐츠에 쉽게 접근이 가능하기도 하고 유튜브 혹은 개인 방송등이 보편화되어 콘텐츠가 상당히 '개인화'되어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개인화'되어있는 콘텐츠 시장에서도 유행이 부는 것처럼 특정 콘텐츠에 대한 인기와 점유율이 폭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마치 한류 열풍으로 외국에서 우리나라 가수들이 왜 인기가 많은지 궁금해하는 것처럼, 인터넷 방송과 콘텐츠 점유율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팰월드(Palworlds)'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인기의 척도>


인기가 많으면 얼마나 많은지, 왜 팰월드인지 콕 집어서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인기'라는 항목은 추상적인 수치이면서 어떤 절대적인 값으로 측량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다른 콘텐츠나 게임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 보는 것으로 척도를 삼아보고자 합니다. 

게임의 인기를 비교하고자 했을 때 가장 접근하기 용이하고 직관적인 수치와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이용자 수'와 '판매량'이 아닐까 싶습니다. 

몇 년 전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배틀그라운드(PUBG)'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당시 그 유명세에 힘입어 언론에서도 대서특필할 정도였고, 한국 PC방계를 뒤엎을 정도의 영향력을 끼쳤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되나요?"라는 질문과 함께 전국 PC방 컴퓨터 성능의 기준을 잡아버렸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통칭 LOL(리그오브레전드'와 함께 '배그'라고 하면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게임업계를 비롯해서 게임을 좀 즐긴다 하는 일반인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보았다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배틀그라운드의 대략적인 성적을 본다면 출시 16일 만에 100만 장, 출시 후 67일 만에 300만 장 판매라는 기염을 토하였는습니다.




그런 배틀그라운드와 비교함에 있어서도 포스팅을 작성 중인 1월 29일 오전을 기준으로, 역대 게임판매량과 동시접속이용자수를 살펴보았을 때, 팔월드가 보여주는 행보는 가히 놀라울 정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동접자 220만 명과 800만 장의 판매량에 육박하는 성적으로 제대로 이슈몰이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설령 '반짝'이라 하더라도 전 세계 1위 타이틀을 가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팔월드의 인기비결은 무엇인지, 직접 많은 시간을 들여서 모두 경험해 볼 수는 없지만 (포스팅을 위해 플레이해줄 것을 부탁하지 않았음에도) 거의 신세계를 개척하는 것 같은 열정을 품고 팰월드를 즐기고 있는 게이머 친구들이 제공해 준 정보와 다른 많은 게임 스트리머들의 개인 방송과 후기들을 참고하여 분석해 본 '팔월드'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팔월드, 그래서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Pocket Pair라는 일본의 게임 개발사에서 제작하는 팔월드는 `오픈월드 서바이벌 3인칭 슈팅 샌드박스 게임'을 표방합니다. 단일 장르에서 벗어난 복합적인 장르를 내세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야생의 오픈월드에 출현하는 몬스터 팰(pal)과 함께 생존, 하우징, 모험, 레이드(사냥), 채집 등을 하는 것이 주요 콘텐츠입니다. 오픈월드 샌드박스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넓은 가상 세계를 탐험하고 자유롭게 상호작용하면 특정하게 정해져 있는 선형의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장르입니다. 바둑, 장기처럼 어떤 특정한 규칙을 따르는 것을 통해 플레이를 이어나가는 것과 달리 게이머 스스로가 목적과 목표를 정하고 게임이 제공하는 환경 내에서 자유도 높은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마인크래프트', '테라리아'와 같은 게임들을 대표적인 오픈월드 샌드박스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게임을 즐겨보고자 캐릭터를 생성해서 서버에 들어가고 나면 '이제부터 뭘 해야 하는데?'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들기 마련입니다. '정해진 것 없음'이라는 압박감이 오픈월드형 게임에 있는 진입장벽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낯선 세계에 발을 들인 게이머들은 팔월드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해 봤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픈월드 야생에서 돌아다니는 팰(pal)입니다. 눈에 보이는 기본 채집 자원(돌이나 나무 등)을 모아 간단한 도구를 크래프팅(Crafting)하고 야생 팰과 치고받고 싸우고 길들이고 친해지는 것을 통해서 더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해 나가며 즐길거리들을 찾아 나서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필드를 돌아다니다 보면 더 다양한 팰(pal)들을 만나게 되고, 더 상위의 재료를 채집할 수 있게 되지만 지금 가진 도구들로는 효율성이 떨어져 재료들을 쉽게 얻을 수 없게 됩니다. 더 좋은 도구를 찾게 되고 기초자원들을 활용해 고급 도구를 만들 수 있는 시설을 만들기도 하면서 팔월드의 세계에 점점 적응해나가게 됩니다.


오픈월드 게임 특성상 광활한 야생의 필드를 돌아다니는 데는 제약은 없으나, 특정 자원이나 필요 동선에 의해서 게임 내적으로 거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바운더리가 정해지기 마련입니다. 이 거점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자원들과 도구들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팰을 만나고 상호작용하는 것을 통해서 보완하는 과정이 게임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몰입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영역을 넓혀가다 보면 필요한 자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님을 깨닫게 되고, 맵의 특정 구역에서만 생산되는 자원을 필요로 하는 시기를 맞이하기도 하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구역에는 어떤 팰과 자원들이 있는지 찾아가다 보면 기존에 있던 구역에서는 보이지 않던 야수나 거대 몬스터 같은 팰들을 마주하게 되고 전투를 하거나 회피를 하기도 합니다. 길을 잘못 들어서 해메이다가 우연찮게 캐릭터의 능력을 높여주는 수집요소를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검은 안개에 가려진 동굴을 발견하여 들어갔다가 미로와 같은 맵에 갇혀 돌아다니다 겨우 탈출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초보 모험가 티를 벗게 되면서 적응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있습니다. 처음 무엇을 할지 몰라 어벙벙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친한 게이머 친구의 표현에 의하면) 이제는 오히려 할 게 너무 많아서 어지러울 정도입니다. 게임 내 기본 페널티인 '허기'를 관리하기 위해서 사냥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더 좋은 도구가 필요하고, 제작을 하고, 새로운 팰을 테이밍 하면서도 희귀 속성을 (같은 종의 팰이라도 더 빨리 달리거나 더 강한 공격을 하거나 혹은 더 게으른 등의 특성이 다름) 찾아다니기도 하고, 덩치가 큰 매머드 같은 팰을 얻고 싶어서 도전하다가 뚜드려 맞고 쫓겨나기도 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정말 희귀한 팰을 만났다가 놓치기도 하고... 그렇게 한참을 재미있게 하다 보면 드는 기시감.


어라?

이거 완전 '포켓몬스터'아니야?


<단순히 장르의 유사성인가?>


동일한 의문을 내면에 품고 계셨다면 애써 감추려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팰월드를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한 번쯤은 꼭 하게 되는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오픈월드에 곳곳에 있는 수백 종의 팰들은 (물론 그 개성과 디자인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 포켓몬스터의 IP를 그대로 대입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포켓몬스터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넘어서 '어라? 나 이런 비슷한 게임 어디서 해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수시로 들곤 합니다.

앞서 말했듯 팔월드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콘텐츠 면에서 그 오락성과 완성도를 유저에게 입증받고 있으며 얼리액세스(앞서해보기)로 출시한 것처럼 정식 출시가 될 때까지 콘텐츠의 확장성과 방향성이 개선될 여지도 무궁무진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인기와는 별개로 타 게임 팬덤과 커뮤니티등의 일각에서는 장르의 유사성으로 인한 논란이 분분합니다. '재미있으면 그만'이라는 부류와 콘텐츠의 오리지널리티를 찾을 수가 없다는 측면입니다.


위의 이미지는 게임 시스템이나 인게임 디자인 혹은 유저인터페이스 등 타게임과의 유사성을 풍자하는 이미지로 커뮤니티등에서 사용되었다.
해당 게임들을 모두 알고있다면 당신은 진정한 게임 매니아


이런 의견에 있어서 '로그라이크'라는 게임의 장르에 대해서 잠깐 살펴보고자 합니다. 로그라이크는 1980년대 개발된 로그(Rouge)라는 게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게임의 요소를 묶어내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로그라이크 장르의 주요 특징으로는 캐릭터의 죽음이 영구적이고 (기존의 세이브&로드가 가능한 게임과는 다르게) 한 번의 게임의 진행도가 저장되지 않고 이전 게임에서 얻은 성취(아이템, 레벨등의 요소)가 이어지지 않으며 무작위 세계에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합니다. (아이작, 스펠렁키, 하데스등의 유명게임들.) 로그라이크류의 게임은 그렇다면 모두가 로그의 아류작으로 오리지널리티가 없이 평가를 받아야 하는지, 팰월드의 오마주요소들이 이러한 쟁점에 있어서 같은 위치에서 해석할 여지가 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장르의 유사성'의 측면으로 볼 때, 팰월드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장르의 유사성으로 해석을 할지 IP(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표절의 요소로 생각할지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장르의 유사성에 대해서는 게임업계에서는 비교적 유연한 편이고 팰월드의 논란뿐만 아니라 수많은 메이저 게임의 사례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논제이기는 합니다. 옹호하는 측에서는 과도한 특허권 분쟁에 있어서 게임 장르자체에 대한 발전을 막는다는 주장이며, 반대 측은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주요 주장입니다.


각설하고 팔월드는 그런 유사성에서 포켓몬스터의 디자인과 ARK:Survival Evolved의 게임 시스템에서의 두드러지게 유사성을 띄고 있음에 여러 가지 입장에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1인칭 FPS게임, 리듬게임, 격투게임 등 장르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정도를 떠나서, 무단으로 게임적 요소를 차용한 표절작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차용하여 좋은 게임을 만들었을 뿐 타 게임의 요소가 들어갔다고 하여 모두 표절인 것은 아니다."


위의 논란을 요리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합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차용해서 좋은 요리를 선보이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합한지, 탕후루가게 옆에 과일사탕가게로 입점을 하는 것처럼 상도덕을 해치는 행위 혹은 산업 경쟁의 측면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합한지는 앞으로의 경과를 지켜보면서 한 번쯤 생각해 보시는 것이 어떤가요?



본 게시글 및 사진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습니다. 무단으로 복제, 전송, 배포, 스크랩 등을 금지합니다.

해당 내용의 무단 사용을 적발할 경우 법적 조치가 취해질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다다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