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평소리 까페의 시간에 대하여

다다에디터 참정성
2024-12-23




커피로 새로운 길을 찾다

 

리포터: 커피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카페 주인: 제가 원래 사회복지사로 일을 했었어요. 그런데 사회복지사로서 이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사회복지사로서 관장급 이상의 자리에 도달할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했을 때, 쉽지 않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죠.

 

그런 고민들이 깊어지던 시기가 제 30대 후반쯤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고민 끝에 떠오른 것이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고기 굽는 일', 그리고 다른 하나는 '커피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일'이었죠.

처음에는 고기를 굽는 일이 제게 맞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워낙 음식을 좋아하고 특히 고기를 잘 구웠거든요. 하지만 고기 굽는 일은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커피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더라고요.

 

커피에 대해 알아가면서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들었어요. 에스프레소도 매력적이었지만, 핸드드립 커피를 접했을 때는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죠. 이렇게 커피의 깊이를 하나씩 알아가면서 이 길이 제게 맞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커피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리포터: 커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 중에는 단순히 경영만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대표님께서는 로스터로 소개되셨습니다. 로스터라는 직업은 공부가 많이 필요한 분야로 알고 있는데요, 그 과정은 어떠셨나요?

 

카페 주인: 맞아요, 공부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로스터가 되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학습이 필요하죠.

 

리포터: 로스터가 되기 위해 공부했던 과정이 궁금합니다. 혹시 다른 분들이 로스터를 시작하려고 한다면, 그 접근성이 얼마나 쉽거나 어려운지도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카페 주인: 사실 그건 접근 방식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학원을 다니면 체계적으로 배우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스승님을 찾아가서 배웠습니다.

 

제가 처음 스승님을 찾으려 했을 때, 유명하신 분들의 수업은 비용이 상당히 비싸더라고요. 그래서 제 주변 인맥을 활용했죠. 아는 선배와 후배 중 한 분이 커피 업계에서 자리를 잡고 교육도 진행하시는 분이 계셨어요. 그분께 도움을 요청하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한 건 로스팅이었어요. 약 6개월 정도 집중적으로 배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커피의 특성, 원두를 볶는 방식, 그리고 각 나라별 커피의 특징과 맛의 차이를 알아가는 데 시간을 많이 쏟았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직장을 다니면서 3개월 정도를 투자해 공부했고, 퇴사 후에 다시 3개월 동안 더욱 집중적으로 배웠습니다. 이렇게 해서 총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들여 로스팅과 관련된 공부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도시에서 시골 평소리로

 

리포터: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하시면서 소규모 로스터리 카페들에서 많은 영감을 받으신 것 같은데요. 그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카페 주인: 네, 저는 소규모 로스터리 카페를 자주 찾아다녔습니다. 특히 수원에 있을 때 괜찮은 로스터리 카페를 하나 알게 됐어요. 한 블록 안에 세 곳의 로스터리 카페가 있었는데, 각각의 맛과 컨셉이 전부 다르더라고요.

그곳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어요. 로스터마다 원두를 볶는 방식이나 로스팅 스타일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어떤 곳은 정말 훌륭한 맛을 내고, 어떤 곳은 조금 아쉬운 점이 있기도 했는데, 그만큼 열을 이용한 로스팅이 쉽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특히, 컴퓨터로 로스팅 타이밍을 정교하게 조절해야 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정확한 타이밍과 세심한 열 조절이 맛있는 커피를 결정짓는 핵심이라는 걸 알게 됐죠.

수원의 행궁동에도 소규모 로스터리 카페가 하나 있었는데, 거긴 오직 핸드드립 커피만 제공했어요. 그런 카페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나만의 컨셉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받은 영감이 결국 제 로스팅과 핸드드립 스타일에 큰 영향을 주었고, 제가 지금의 카페를 열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리포터: 도시에서 생활하시다가 시골로 귀촌하셨잖아요. 지역에 적응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카페 주인: 맞아요,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도시에서만 살다가 연고도 없는 시골로 들어왔으니 여러모로 어렵고 힘들었죠.

그런데 제가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어요. 지역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으며 지역에 스며들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 동네는 가구 수가 많지 않고, 집성촌 같은 분위기가 아니어서 비교적 열린 마인드로 저를 받아주셨던 것 같아요.

또한, 저와 비슷한 또래의 청년 한 명을 알게 되면서 적응하는 데 많은 힘이 됐어요.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결국 서로 친해지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정착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조용한 시골집에서 시작

 

리포터: 평소리라는 마을을 선택하신 데에는 어떤 매력이 있었나요?

카페 주인: 이곳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이곳이 마을의 끝집이라는 점이고요, 두 번째는 가구 수가 많지 않은 조용한 환경이라는 점이에요.

조용한 곳을 찾아다니며 정착지를 물색했어요. 청주공항을 시작으로 세종, 대전, 부여, 청양, 공주를 돌아다녔죠. 그러다 공주에서 부동산을 통해 이곳을 알게 되었어요. 처음 이곳을 봤을 때는 건물이 거의 반쯤 쓰러져 있었어요. 하지만 가능성이 보였어요. ‘이곳에서 시작하면 잘될 거야’라는 확신이 들었고, 그래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리포터: 사실 장사를 한다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전략인데, 조용한 시골 끝집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카페 주인: 첫 번째 이유는 도시에서 사는 게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시골로 가고 싶었죠. 그리고 저는 늘 이렇게 말합니다. “말에는 힘이 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해보자고요.



<초창기 평소리 까페 공사 전 사진>


커피숍은 이미 레드오션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저는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만의 무기를 만들자는 결심을 했죠. 요즘 카페들은 대형화되고, 디저트와 화이트톤의 깔끔한 인스타그램용 카페가 주류잖아요. 저는 반대로 생각했어요.

내추럴하고 러프한 스타일로, 커피 본연의 맛에 집중하는 곳. 사람들이 힘들고 지칠 때 와서 쉬고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물론 저도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지만, 힘든 사람들이 여기에 와서 잠시 쉬며 재충전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제가 가진 실력과 생각을 통해 그런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리포터: 평소리에 정착하신 지도 어느덧 4~5년이 되셨습니다. 그동안의 1년은 어떻게 흘러갔는지, 계절별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카페 주인: 여름과 겨울은 솔직히 힘들어요. (웃음)

겨울에는 특히 접근성이 떨어져요. 눈이라도 오면 더 어려워지죠. 그래서 유입되는 사람이 적어서 어려움을 느끼는 시기입니다. 그래도 겨울만의 매력이 있어요. 설경과 아름다운 배경을 느끼러 오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겨울에는 눈을 치우고, 봄까지 살아남을 전략을 고민하며 보내요.

여름이 되면 생각을 조금 바꿔요. 시골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했죠. 그래서 소규모지만 사람들이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작은 풀장을 마련했어요. 부모님들은 커피를 마시고,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게요. 그렇게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한두 달 동안 풀장을 운영합니다.

가을은 그나마 여유로운 시기예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카페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경관도 보고, 뒤에 있는 꽃밭도 구경하며 힐링하고 가세요. 저는 예초기를 돌리며 사람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요. 그리고 다시 겨울을 준비하죠.

겨울이 오기 전에 나무를 준비하고, 방석이나 무릎담요 같은 따뜻한 물품을 마련해 사람들이 잠시라도 편히 쉬고 갈 수 있도록 해요. 또, 난로나 파이어 포트를 설치해서 바깥에서도 따뜻하게 불멍을 하며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둡니다. 이렇게 1년은 반복되며 흘러갑니다.

 

 



돈 이상의 가치를 만드는 공간과 사람들

 

리포터: 카페를 운영하시면서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성공이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카페의 성공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카페 주인: 물론 돈도 중요합니다. 저 역시 이곳에서 생기는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네다섯 가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어요. 하지만 카페의 진정한 성공은 돈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 같아요.

저는 이 공간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람들이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놀고 쉬며 특별한 경험을 가져가길 원해요. 만약 제가 돈을 벌 목적으로만 카페를 운영했다면, 아마 원도심이나 신관동에 카페를 차려서 바쁜 분위기 속에서 운영했겠죠. 하지만 저는 다른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이곳은 커피뿐만 아니라 공간 자체가 가진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마당에서는 자유롭게 놀 수 있고, 안채에서는 포트락 파티처럼 도시락을 즐길 수 있도록 러프하게 꾸며 놓았어요. 뒤뜰에는 작은 산책로도 만들어 두었습니다. 길이는 짧지만, 오가며 느낄 수 있는 자연의 편안함이 있거든요. 이 모든 공간이 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이 그것을 느끼고 즐기길 바랍니다.

또한, 저는 이곳에서 커피 교육과 지역민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어요. 신풍면민을 대상으로 커피 교육, 디저트 만들기, 머신 사용법 등을 가르치며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이 모든 활동이 제가 생각하는 카페 운영의 성공적인 모습입니다.

리포터: 지역민들과의 소통에서 교육 외에도 다른 활동들을 하신 부분이 있을까요?

카페 주인: 네, 지역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저는 연고지가 없는 상태로 이곳에 들어왔기 때문에 지역민들과의 교류가 필수적이었어요.

첫 번째로는 주민자치 활동을 3년 정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평소리 카페”를 알리고, 제가 이 마을의 일원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의용소방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소방 활동도 중요하지만, 봉사의 의미가 더 큰 것 같아요. 예전 사회복지사로서 했던 일들의 연장선 같은 활동이죠. 어르신들을 찾아가 안부를 전하고, 소화기가 없는 가정에는 직접 설치해 드렸습니다. 이렇게 가가호호 방문하며 지역민들과 교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활동들이 제가 이 지역에 적응하고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평소리 카페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일부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10년의 꿈과 자연 속에서 찾은 여유

 

리포터: 대표님께서는 오랜 시간 사회복지사로 일하셨는데요. 사회복지사는 처음부터 하고자 했던 일이었나요?

카페 주인: 네, 맞습니다. 처음에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서 시작했죠.

리포터: 그런데 이제 로스터로 방향을 틀게 되셨네요. 앞으로도 로스터로서의 길을 계속 걸어가실 텐데, 10년 후의 모습도 상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카페 주인: 물론이죠. 10년이 지나면 이곳이 더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여기는 커피를 마시는 공간, 마당에는 놀거리, 뒤뜰에는 쉴거리가 있는 식으로 섹터별로 나뉘어져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와서 프라이빗하게 쉬다 갈 수 있는 공간도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평소리 카페에 가면 놀고, 쉬고, 다 할 수 있더라”라는 말을 하게 되는 곳이 되었으면 해요.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길 바랍니다.

현재 4년 차인데, 조금씩 안정화되고 사람들이 전국에서 찾아오고 있어요. 이런 흐름을 잘 유지하고, 더 정리하다 보면 평소리 카페가 시골에서 맛있는 핸드드립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될 거라 믿습니다.

리포터: 커피 외에 다른 취미가 있으신가요? (웃음) 커피는 일로 본다면요.

카페 주인: (웃음) 그렇죠, 그렇죠. 예전에는 여행이 취미였어요. 바다를 보거나 산을 찾는 걸 좋아했죠. 사실 원래는 바다를 더 좋아했지만, 산이 주는 매력도 있더라고요.

지금은 카페 운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니, 여행은 잘 못 가요. 대신 여기 뒤에 산이 있으니 그곳을 걸으며 캠핑 온 기분을 느껴요. 여름이면 텐트를 치고 자기도 하고, 고기를 구워 먹으며 산에서 소소하게 여행 기분을 냅니다. 이제는 여행 대신 이곳에서 제 나름의 즐거움을 찾고 있는 거죠.

리포터: 여행을 좋아하셨다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있을까요?

카페 주인: 저는 지금도 5대산 자연휴양림을 최고로 꼽습니다. 여름에도 좋고, 겨울에도 좋은 곳이에요. 여름에는 푸른 자연이 기가 막히고, 겨울에는 추운 만큼 설경과 깨끗한 하늘이 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서해안의 낙조도 기억에 남아요. 낙조는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해가 수평선 위에서 한 번에 쭉 떨어질 때의 그 장관은 정말 잊을 수 없어요. 이런 자연의 모습들이 제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기술, 멘토, 그리고 열정으로 이룬 배움의 길

 

리포터: 평소리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부딪히는 어려움도 있을 텐데요. 대표님께서는 기술이나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배우셨나요?

카페 주인: 요즘은 유튜브가 워낙 잘 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작업은 유튜브를 통해 공부했어요. 관련 영상을 한참 보고, 필요한 기술을 배운 뒤 바로 적용했죠. 예를 들어, 이곳 바닥 작업 같은 것도 유튜브를 참고해서 했습니다.

시설 관리는 특별히 복잡한 건 없고, 주로 산불에 주의하는 정도예요. 제가 의용소방대에 있다 보니, 불이 나면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채비를 해 두었습니다.

리포터: 요즘 시대는 개인이 유튜브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실현할 수 있는 시대잖아요. 커피 경영이나 로스터리에서도 이런 개인화의 흐름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아요.

카페 주인: 맞아요. 요즘 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수준이 정말 많이 높아졌습니다. 커피에 대해 잘 아는 손님도 많고, 로스팅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 걸 느낍니다.

리포터: 대표님은 멘토 없이 이 모든 걸 해내신 건가요?

카페 주인: 아닙니다. 멘토가 있습니다. 지금도 자주 연락을 하고 어려운 점이 생기면 항상 물어봐요. 스승님을 잘 만난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때로는 제가 로스팅한 샘플을 보내드려서 맛을 평가해달라고 부탁드리기도 해요.

리포터: 스승님께 의존하시는 거 아니에요? (웃음)

카페 주인: 스승님은 지금 이민 가셨어요. 그래도 여전히 커피에만 집중하시는 분이시죠.

리포터: 교육도 하시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셨을 텐데요.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수강생이 있었나요?

카페 주인: 네, 있죠. 열정을 가진 분들을 보면 참 인상 깊어요. 그 열정을 통해 커피를 배우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 저도 많은 영감을 받습니다.

 


 

 


커피와 꿈이 머무는 곳

 

리포터: 기억에 남는 수강생이 있으신가요?

카페 주인: 네, 특히 50대 중반의 한 분이 기억에 남아요. 커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셨던 분인데, 커피의 기초부터 시작해 코칭 과정까지 모두 마무리하셨어요. 지금은 직장을 다니고 계시지만, 몇 년 안에 소규모 커피숍을 차리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분은 제가 스승님께 질문을 드렸던 것처럼 저에게 계속 묻곤 하세요. 운영에 필요한 기술, 커피 원두 선택, 관리 방식 등 다양한 질문들을 통해 배우고 계세요. 이렇게 관계가 이어지고 전해지는 것이 참 의미 있는 것 같아요.

리포터: 카페를 찾아와 주시는 손님들 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으신가요?

카페 주인: 네, 경주에서 오신 커플이 기억에 남아요. 블로그에서 평소리 카페를 보고 일부러 찾아오셨더라고요. 두 분이 오셔서 커피를 무려 4잔이나 드셨습니다. 그중 한 분은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도요. 커피를 맛있게 드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보람을 느꼈어요.

또 지난달에는 대전에서 오신 한 손님이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에는 커피 한 잔 마시러 오셨다가 이야기를 나누고 수강생이 되셨어요. 꾸준히 수업에 참여하시며 한 번도 결석 없이 학습하셨고, 결국 저번 주에 수료증을 받아 가셨습니다. 이런 순간들이 저에게 큰 동기와 보람을 줍니다.

리포터: 평소에 진행하시는 클래스는 어떤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나요?

카페 주인: 저는 국제 바리스타 협회 공주지회의 지회장을 맡고 있어요. 기본적인 커리큘럼은 협회에서 제공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수강생의 목적이나 필요에 맞게 조금씩 수정합니다.

예를 들어, 취미로 배우려는 분들과 전문적으로 카페를 창업하려는 분들을 나누어 맞춤형 강의를 진행합니다. 각자의 목표에 따라 강의 계획서를 작성해 수업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리포터: 바리스타 수업도 한 번 들어보고 싶어지네요.

카페 주인: (웃음) 언제든 환영입니다. 오세요, 한 번 배우러 오세요.

리포터: 카페 운영 기간이 코로나 시기와 겹쳤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카페 주인: 네, 코로나와 겹쳐서 힘든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조급하면 될 일도 안 되잖아요.

저는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버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움을 극복하며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결국 기회가 온다고 믿었어요. 그런 마음으로 이 시기를 이겨냈습니다.

 

 

 

 

커피로 물든 나날들

 

리포터: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어려움도 많으셨을 텐데요. 지금의 마음가짐은 어떠신가요?

카페 주인: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멀리 내다보며 버텼습니다. 지금 당장 잘 나가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버티면 나아진다”는 마음으로 견뎠습니다. 4년 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상황도 좋아졌고, 제 역량도 조금씩 넓어졌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지금은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요.

리포터: 도시에서 생활하시다가 농촌으로 오셨잖아요. 카페 외에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신 적은 없으신가요?

카페 주인: 없습니다. 제가 농사를 지으러 온 것도 아니고, 공장에서 일할 계획도 없었으니까요. 대신 커피와 관련된 파생된 일들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중 하나로 청양고등학교에서 장애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커피를 주제로 교육을 진행하는데, 현재 12회 수업 중 절반 정도를 마쳤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커피 안에서 더 큰 가치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리포터: 평소리 카페는 농촌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점점 더 알려지고 있잖아요. 기분이 어떠세요?

카페 주인: 정말 뿌듯합니다. 이곳은 원도심이나 신관동처럼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에요. 그런데도 많은 분들이 평소리 카페를 알아봐 주시는 걸 보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솔직히 이런 외진 곳에 있었다면 사람들이 몰랐을 가능성이 크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블로그나 입소문 등을 통해 점점 알려지고 있어요. 이렇게 저희 카페가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리포터: 카페를 찾아와 주시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카페 주인: 제 카페에 오시는 분들이 편히 쉬었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커피도 더 맛있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곳은 테이블이 4개밖에 없어서 복잡한 분위기 대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에요. 커피를 맛있게 드시고 여유를 느끼셨다면, 원두도 한 번 구매해 가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리포터: 카페에서 판매하는 원두는 총 몇 종류인가요?

카페 주인: 현재는 약 8가지 종류의 원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커피 블렌딩으로 짓는 이야기

 

리포터: 평소리에 원두가 많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다른 카페와 비교했을 때 어떠신가요?

카페 주인: 다른 카페들은 더 다양한 원두를 준비한 곳도 있고, 반대로 적은 곳도 있죠. 하지만 시골 카페로서는 저희가 원두 종류를 많이 준비한 편이에요.

특히 제가 자신 있게 추천드리는 건 '평소리 블렌딩'입니다. 평소리에 정착한 지 2년 차에 만든 블렌딩인데, 이곳에서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고 있어요. 또 다른 대표 원두인 '평소리 밤하늘 블렌딩'도 있습니다. 평소리의 밤하늘을 떠올리며 만들어낸 커피죠. 이런 블렌딩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좋겠어요.

리포터: 원두 블렌딩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시행착오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카페 주인: 맞아요,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평소리 블렌딩을 완성하는 데만 꼬박 3개월이 걸렸어요. 매일 하루에 한두 번씩 배합을 시도하고, 맛을 보며 균형을 맞춰나갔습니다.

블렌딩은 단순히 상상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에요. 각 원두의 특성을 제대로 알고, 그 균형을 찾아야 맛있는 블렌딩을 만들 수 있거든요. 그래서 꾸준히 연구하며 지금의 블렌딩을 완성했습니다.

리포터: 지금 제가 마시고 있는 이 커피가 바로 평소리 블렌딩인가요?

카페 주인: 네, 맞습니다. 각각의 고유한 맛을 조화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죠. 블렌딩의 핵심은 바로 그 조화입니다. 이 커피가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고 있어 기쁩니다.

리포터: 핸드드립은 초보자에게 어렵게 느껴지는데, 잘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카페 주인: 핸드드립은 사실 정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르칠 때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정성스럽게 내리면 맛있다." (웃음)

핸드드립의 핵심은 특별한 방법론보다는 정성에 있다고 생각해요. 커피를 내리는 순간의 집중과 마음이 결국 맛을 좌우하거든요.

리포터: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나중에 카페를 해볼까 싶네요. (웃음)

카페 주인: (웃음) 언제든 도전해보세요. 제가 아는 모든 걸 알려드리겠습니다.

 

  

커피와 삶이 만나는 시간

 

리포터: 커피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카페를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요?

카페 주인: 쉽지 않죠. 카페는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지만, 버티는 게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도 로스팅, 핸드드립, 머신 사용까지 배우고 시작했어요.

커피의 특성과 맛을 이해해야 고객에게 제대로 된 커피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머신만 다룬다면 기계에만 의존하게 되는데, 그렇게 하면 한계가 명확하죠. 반면, 로스팅을 배우면 다양한 방법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리포터: 커피를 좋아하거나 배우지 않고 단순히 사업적으로만 접근한다면 성공하기 어렵겠네요.

카페 주인: 맞습니다. 배우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어요. 저도 수강생들에게 가르치면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교육을 통해 제 지식과 경험이 더욱 풍부해지는 걸 느끼죠.

리포터: 집에서 가족들과도 커피를 함께 즐기시나요?

카페 주인: 사실 지금까지는 바빠서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번 달부터 가족들을 대상으로 커피 수업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아이들도 커피에 관심을 보이기에, 제가 하는 일을 직접 체험해보게 하려고요. 이번 주부터 가족들과 함께 커피를 배우고 즐길 예정입니다.

리포터: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커피를 가르치는 모습, 멋지네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데요. 결혼은 하셨나요?

리포터: 아니요, 아직입니다.

카페 주인: 결혼은 하실 건가요?

리포터: 행복한 가정을 꿈꾸고 있습니다.

카페 주인: 그렇다면 결혼하세요. 노는 게 좋으면 하지 말고요.

리포터: (웃음) 노는 게 좋으면 안 되는 건가요?

카페 주인: 그렇죠. 아직 노는 게 부족하면 결혼을 미루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결혼할 거라면 빨리 하는 게 낫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는 에너지가 많이 들거든요.

리포터: 커피 외에 다른 취미 생활은 없으시다고 하셨는데, 그럼 평소에 어떻게 쉬시나요?

카페 주인: 여행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카페에 얽매이다 보니 멀리 떠나기도 쉽지 않아요. 온통 신경이 카페에 쏠려 있거든요.

리포터: 낚싯대가 보이는데, 낚시도 좋아하시나요?

카페 주인: (웃음) 두 번 해봤습니다. 카페 바로 앞에 천이 있어도 시간을 내기 어렵더라고요.

리포터: 이해가 갑니다.

카페 주인: 아빠가 된다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할 거면 빨리 해야 합니다. 나중에 하면 힘들어요.

리포터: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커피도 얼른 마셔야겠네요.

카페 주인: 그렇죠. 식으면 맛이 달라지니까 빨리 드셔 보세요.

 

 

 

 

자연과 여유 속에서 찾은 나만의 공간

 

리포터: 저도 글을 쓰다 보니 이런 조용한 장소들을 찾게 됩니다. 전문적으로 쓰는 건 아니지만, 책 읽고 글 쓰는 데 이런 공간이 필요하더라고요.

카페 주인: 맞아요. 이곳은 조용하게 머물며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자연을 보며 얻는 영감도 있잖아요. 도시에서는 이런 여유를 느끼기 힘들죠.

리포터: 도시에서 일하셨다고 하셨는데, 지금의 시골 생활과 비교했을 때 어떠신가요?

카페 주인: 강남에서 일했을 때는 정말 답답했어요. 요즘은 수도권에 잠시 올라가도 온통 건물뿐이라 빨리 내려오고 싶어지더라고요. 녹색을 보고 자연을 느끼는 것이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리포터: 도시에서의 수입과 지금의 수입은 비교가 안 될 것 같은데요.

카페 주인: 당연히 지금은 낮습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수입을 보충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 일은 정년 없이 평생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에요. 도시에서의 일은 정년이 있기 때문에 그 이후를 고민해야 하지만, 지금의 일은 기술을 바탕으로 꾸준히 이어갈 수 있죠.

리포터: 후배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카페 주인: 여행을 많이 다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여행을 다니며 느끼는 내면의 울림, 그리고 다양한 경험이 결국 자신만의 방향을 찾게 해줍니다. 저는 젊었을 때 친구들과 즉흥적으로 차를 몰고 여행을 다녔던 기억들이 쌓여서 지금의 이 공간을 만들게 된 것 같아요.

사람들이 쉬는 방법을 알아야 그에 맞는 공간을 만들 수 있거든요. 쉬어보지 않고는 누군가를 쉬게 할 공간을 디자인하기 어렵죠.

리포터: 이곳은 대표님께는 직장이면서도 동굴 같은 공간이겠네요.

카페 주인: 그렇죠. 남자에게는 동굴이 필요하잖아요. (웃음) 이곳은 직장이기도 하고, 제가 쉴 수 있는 놀이터이자 동굴 같은 공간이에요. 손님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제가 이곳에서 쉬면서도 일할 수 있습니다.

리포터: 이곳이 정말 좋은 동굴이네요.

카페 주인: 맞아요. 손님이 없을 때도 자연스럽게 스케줄을 조정하며 일주일에 두세 번씩 수업이나 활동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실패에서 시작된 7년의 여정

 

리포터: 실패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카페 주인: 첫 번째 커피숍이요. 너무 의욕만 앞섰던 것 같아요. 제가 목적지향적인 사람이어서, 조금 더 참을 걸 하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리포터: 공부가 부족했던 건가요?

카페 주인: 아니요, 돈이 문제였어요. 월세를 내지 못했거든요. 지금 이곳은 월세 부담이 없어서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생각보다 재밌기도 하고요.

리포터: 시골에서의 생활이 처음엔 걱정되진 않으셨나요?

카페 주인: 처음엔 걱정됐죠. 제가 I 성향이 강한 편인데, 막상 시작하고 나면 또 잘하더라고요. 대규모보다는 소규모로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제 성향에도 잘 맞는 것 같아요.

리포터: 커피 경력이 7년 차라고 하셨는데, 평소리에 정착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카페 주인: 평소리에서는 4~5년 정도 됐어요. 이전에도 카페를 운영했으니까요. 흔히 말하는 ‘일만 시간의 법칙’이 있잖아요. 저도 10년 정도 하면 노하우가 충분히 쌓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7년 동안 버텨왔고, 다른 일을 전직하지 않고 계속 커피를 해오고 있어요. 앞으로도 이 길로 쭉 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듭니다.

리포터: 버티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카페 주인: 맞아요. 하지만 4년을 버티다 보니 이렇게 인터뷰 요청도 받게 됐잖아요. (웃음) 작은 변화들이 쌓여 발전해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리포터: 요즘 백종원 대표님 같은 분들이 자영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셔서 사람들이 관심이 많아진 것 같아요.

카페 주인: 그분은 선수죠. 저희와는 레벨이 다릅니다. 보는 관점과 경험치도 다르기 때문에 따라 하는 건 쉽지 않아요.

리포터: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소리를 즐기다 가겠습니다.

카페 주인: 아닙니다, 제가 감사하죠. 즐기다 가세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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