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곰둥이네 상점] 주인님, 절 데려가셔야 해요. 롸잇놔우

김규리
2023-12-04

한동안 후문쪽에 관련된 포스팅만 했으니 이번엔 형평성을 위해서 위치를 쪽문쪽으로 옮겨보았습니다. 파스쿠찌 옆의 자그마한 상점. 곰둥이네 상점에는 귀여운 입간판이 마중을 나와 있습니다. 캐릭터 굿즈들과 크리스마스 소품들이 행인들을 반겨주고 있네요.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이 저에게 실링 왁스를 자꾸만 보여주고 있어요. 다꾸 용품 하울은 또 어떻고요. 지난 가을, 이디야에서 산리오 캐릭터들이 협업한 굿즈들도 무척이나 귀여웠지만 저의 얇은 지갑과 녹아내린 잔고는 저에게 소비를 허락하지 않았답니다. 그.러.나. 곰둥이네 상점에는 저렴한 가격으로도 다양한 소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물론 비싸고 예쁜 굿즈를 살 수 있으면 좋겠죠. 하지만 덕질하시는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탈덕은 없고 파는 장르만 늘어난다는 사실을요. 인생은 짧고 굿즈 판매 기간은 더 짧기에 우리는 소비에 있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다품종 소량 구비를 전문으로 하는 이런 소품샵과 현대인의 소비 목적은 아주 딱 맞죠. 어떤 굿즈가 있는지 한번 둘러볼까요?


월레스와 그로밋에 나오는 갱얼쥐! 저는 저 친구를 좋아해서 이영지님이 차쥐뿔에서 쓰신 그로밋 머그컵을 장바구니에 넣어놨답니다. 홀홀홀. 역시 유행에 뒤쳐지지 않는 곰둥이네. 최근 100만 유튜버가 된 페페 닮은 꼴의 유튜버까지 생각하셔서 같이 달아두신 걸까요. 괜시리 페페가 반가운 구독자였습니다. 


 저런 유치한 집게를 누가 사냐구요? 제가 삽.. 읍읍. 여성분들 집게핀 같은 건 보통 오래들 쓰시잖아요. 저도 한 2년쯤 열심히 쓰고 집게핀이 쪼개진... ㅋㅋㅋㅋㅋㅋ 경험이 있어서 잘 압니다. 늘 머리에 하고 다니는 장신구인 만큼 조금은 돈을 써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저런 털이 붙어있는 집게핀들은 털을 벗겨내고도 따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질리면 털을 벗겨내시면 됩니다! 제 경험상 안쪽에는 그냥 흰색, 검정색, 투명색 중 하나였어요. 아참. 정전기 일어나는 거 싫으신 분들은 오일이나 헤어미스트를 집게핀에 같이 뿌려주시면 머리가 부시시해보이지 않고 좋습니다.


 저런 작은 집게핀은 언제 쓰냐면요. 애매한 거지존에 계신 단발러분들, 샤라웃 투 곰둥이네~~(뿌이뿌이뿌이뿌이) 제 기준 어깨가 닿지 않는 애매한 단발일 때는 묶는 것보단 집게핀이 훨씬 나았습니다. 물론 안 뛰어다닌다는 가정 하에.... 생활 체육인 분들께선 부디 고무줄을 사용해주시길 바랍니다. ^^ 제가 고무줄을 쓰지 않는 이유는 아주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묶은 머리의 끝이 목덜미를 자꾸 찌른다는 것... 곱슬이 심한 저는 머리를 묶으면 고개를 어디로 어떻게 돌려도 목덜미가 따끔거리기 일쑤라 애초에 고무줄은 포기했읍니다. :-) 집게핀 하세요, 다들. 저렇게 예쁜 디자인인걸욤... 반묶음할 때도 머리에 고무줄 자국 안 나고, 머리 전체를 올려도 끝부분이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고무줄로 묶는 것마냥 아프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외 않사세요, 집게핀? 쓰다보니 집게핀 바이럴이 된 것 같아 이만 줄이겠습니다. 


다음은 귀염뽀짝한 다꾸 용품입니다. 다이어리를 꾸미지 않는 분들도 다이어리를 적기만 하신다면 누구든 한번쯤은 들어봤을 다꾸. 저는 직접 그린 그림을 오려 붙이거나 자그마한 표정 스티커들을 붙여 그날그날의 감정일기를 쓰곤 합니다. 쓰고 싶은 떡메모지(접착력이 없는 메모지)를 쓰고 싶은 마스킹 테이프로 붙여서 귀여운 볼펜으로 끄적거리면 그것만으로도 하루의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기분이거든요. 볼펜 하나를 다 쓰는 것도, 마스킹테이프 하나를 다 쓰는 것도 꽤나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저는... 문구 덕후이기 때문에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한 참새가 되어 몇몇 귀염둥이를 업어왔답니다. 


이런 굿즈를 보고 어떻게 그냥 지나가겠어요, 제가. 정성스러운 가격표 보이시나요. 사장님께 하나하나 안 물어봐도 돼서 좋더라고요. 역시 센스가 좋으신 분이구나 했답니다. 



 저는 키리 굿즈도, 또리 굿즈도 다... 갖고 있습니다. :-) 심지어 본가 소품샵에서도 사고 여기서도 샀습니다. 스티커는 뭐랄까 사도 아까워서 잘 안 쓰니까 차라리 살 때 소장용 한 장, 사용할 거 한 장 해서 이렇게 두 장 사두는 게 맘이 편하더라고요. 너무 예쁘면 아까워서 아무데나 팍팍 못씁디다.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오르골이 들어왔어요. 알바비가 들어오면 꼭 사야겠다는 결심을 했답니다. 오르골 옆에는 춤추는 트리가 있아요. 예, 그 인스타에 많이 나오는 그 친구 맞습니다. 보기만 해도 얼굴이 시끄러워서 앵글에 같이 잡진 않았어요. 껄껄껄.

 

저 역시도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한때 문구작가를 꿈꿨던 사람인지라 이런 가게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런 곳에 납품은 어떻게 하는 걸까, 판매되지 못한 상품들은 다 어떻게 되는 걸까, 작가님들은 다들 어디서 어떻게 연락하며 거래처를 만드는 걸까. 물음표가 한가득이었던 이번 인터뷰, 시작해 보겠습니다.



 

떡메나 문구류를 구입하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 제 취향도 좀 있어요. 고른 게 좀 예전이라. 원래는 더 많은 작가님들 상품이 있었는데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분들이 따로 계시거든요. 그분들 빼고 나머지는 다 알아서 나가신 경우도 많아요. 처음에 들여올 때는 거의 반은 제 취향이었던 것 같아요.

 

주로 방문하는 손님들 나이대

- 다양해요. 애기들부터 어른들까지 다 와요. 주로 초등학생에서 대학생 정도 나이대가 제일 많아요.

 

물품이 파손되는 일도 있나요?

- 도난 사건도 있고 파손된 것도 있긴 한데 손님들이 자기가 부러트렸다고 말하시면서 알아서 직접 배상해 주시고 가세요. 이미 손님은 가셨고 제가 나중에 발견하면 어쩔 수 없이 제가 손해를 보는 거죠.

 

원래 문구류를 좋아하셔서 이런 가게를 여셨나요?

- 제가 미대를 나왔거든요. 저 곰둥이 캐릭터를 제가 만들어서. 4학년 때 제가 만들어서 (문구 작가에) 관심이 있어서 작가로 시작했다가 가게를 차리게 되었어요.

+) 무척 신기했습니다. 여러분, 문구 작가님이 여신 소품샵이라구욧! 안 갈 수가 없겠죠?!?? 귀엽고 몽글몽글한 곰둥이 캐릭터를 직접 만드셨다는 게 놀랍고 경이로울 따름... 역시 귀염뽀짝한 그림체로도 잘 그리려면 기본기부터 탄탄해야 하나 봐요. 허허허. 

 

가게를 여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 21년 6월에 열었어요. 2년 반 정도 됐어요.

 

공주에 문구샵을 열면서 걱정했던 것이 있을까요?

- 걱정은 크게 안 됐던 것 같아요. 이런 건 좋아하시는 분들은 꾸준하게 오시니까. 소품샵 같으면서도 좀 문구점 같은 느낌이 있어서 그런지 (종종 오시더라고요.)

 

가게 운영하면서 신경쓰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 재고 검수도 하고. 음... 전체적으로 다 중요한 것 같아요. 은근 할 게 많은 직종이더라고요. 발주도 제가 하고 물건 정리하고. 작가님들이랑 계속 얘기도 해야 되고. 유행도 많이 타요.

 

일러스트 페어도 다니시나요?

- 일러스트 페어는 최근에 한 번밖에 안 가봤어요. 제가 작가 일을 해봤지만 지금은 마음이 좀 사그라들어서. 제가 가게에 신경을 쓰다 보니까 점점 작가 일을 못하게 됐어요.

 

곰둥이네 상점이 앞으로 공주에서 어떤 가게가 되길 바라시나요?

- 저는 가게를 좀 오래 하고 싶어요. 제가 공주 토박이다 보니까 공주에서 꾸준히 쭉 오래 가고 싶거든요. 가끔 그런 말들 하잖아요.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간다.’는 말처럼 그런 구멍가게같이 오래 하고 싶어요.


도전해본 사람만이 포기할 수 있는 거겠죠. 사장님의 용기로 만들어진 곰둥이 캐릭터는 이제 사장님의 일터를 만들어주었고, 사장님의 꿈은 이미 한 번 손에 쥐어본 것이었기에 오히려 미련없이 가게를 열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본인의 재능을 살려 소득원으로 바꾸는 사장님의 모습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요. 회사에서 주는 돈만으로는 노후 대비조차 어려운 이 고물가, 경제 불황 시기. 우리는 각자 어떤 방법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좋을 듯합니다. 


이번 포스팅에 함께해주신 곰둥이네 상점 사장님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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