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 춤추는 별이 깃든 곳 1에서 이어집니다.)
Q. 책을 입고할 때 선정 기준이 있을까요?
A. “공주로 오면서 자서전적인 도서를 중심으로 하는 책방으로 컨셉을 잡았어요. 한 사람의 자서전에는 그 사람의 생애만 들어있는 게 아니고 심리, 역사, 사회, 문화적인 배경들이 다 드러나잖아요. 전쟁이 났으면 전쟁이 난 배경은 무엇인지 그 때, 어떤 인물이 어떤 판단을 했었는지 그 속에서 개인들은 풍랑을 어떻게 겪었고 극복해야만 했는지 등등 이런 글을 읽으면서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는 거울에 나를 비춰보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전개되거든요. 자서전적인 도서라는 거는 이 사회에서 어떤 업적이 있는 분들의 기록이잖아요. 그 사람들의 특징이, 대부분이 ‘누구를 지배하지도 않았고 누구의 지배를 받지도 않았다’라는 거예요. 히틀러 같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 자유로운 개인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누구로부터 지배받지도 않고 누구를 지배하지도 않으면서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무구한 자기 삶을 추구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이 자서전적인 도서를 중심으로 하게 되렀어요. 근데 두꺼우니까 잘 팔리지도 않고 안 읽는 거예요. 그래서 자서전읽기모임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공주에 와서 살면서 동식물에 관한 책을 좀 챙기고 있어요. 식물과 동물 그러니까 그 존재들이 근대화되는 과정에서 대상화되고, 정복할 대상이 되고 그랬잖아요. 그런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동지로서 동물과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래서 동물에 관한 책 식물에 관한 책과 인문학 전반에 관한 책과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된 그림책도 좀 있고 그래요.
Q. 대학생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A. “우리가 모든 걸 다 경험할 수는 없잖아요. 책을 통해서 정말 다양한 세계를 만나고 또 위로도 받고 공감도 하고 그러면서 자기 생각이 성장하는 기회를 얻는 것 같아요. 저에게 책은 외롭고 힘들 때 친구가 됐던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당장 그 책을 읽지는 않더라도 늘 좋은 책을 곁에 뒀으면 좋겠어요. 아무 페이지나 열어서 읽다가 끌리면 쭉 읽고, 전부 다 읽지 않더라도 책 등이나 뒤에 추천 글, 목차, 그런 것만 읽어도 나중에 그 책을 다시 만났을 때 한 발짝 그 책속으로 더 들어가게 되거든요.
책에는 영상에서 주지 못하는 깊이가 있어요. 그래서 책에는 들려주는 자연의 소리가 아니라 내가 상상하는 소리가 들리고 내가 그려보는 세계가 보이고 각자 개인의 경험과 지적인 척도에 따라 다른 세계가 펼쳐져요. 영화는 보여주기라면 책은 내가 상상하기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독서토론을 해보면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뿐만 아니라 문학작품에서는 감각적으로 인식했던 것들이 인문사회과학 책을 읽으면서 이성적 인식으로 바뀌고 그것이 앎을 넘어선 슬픔, 분노, 저항정신 등등 실천으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자기를 바꾸는 경험을 해요. 그래서 사사키 아타루라는 철학연구자는 책을 읽어서 무엇인가를 알아버렸다면,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어요. 책은 이렇게 강력하게 나를 바꾸는 매체이기도 해요.”
Q. 추천 책(책을 좋아한다면 이 파트는 꼭!)
A.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추천하고 싶어요. 먼저, 첫 문장 첫 단어가 ‘그러나’(But you may say~)로 시작해요. 여기서 그러나는 굉장히 많은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첫 문장은 그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어요. 버지니아 울프의 첫 문장 첫 단어 But은 아마도 지금 이 순간, 이전에는 어쨌든지 간에 괄호 안에 묶어두고, 앞으로는 달라져야만 할 그 무엇을 전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But이였고 여러분이 바라는 말과는 전혀 다른 말을 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이 책이 영국의 어느 여자대학에서 한 강연을 정리한 책이거든요. 저는 접속사가 이럴게 강렬한 의미로 사용된 문장을 읽은 적이 없어요. 가장 다층적인 의미의 첫 문장이자 첫 단어였어요.
무엇보다도 여성이 가부장적인 사회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공간인 자기만의 방과 아껴 쓴다면, 최소한으로 먹고 살 수 있는 500파운드가 필요하다는 100년 전의 한 소설가의 말은 여성을 사람으로 바꿔 읽는다면,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사회의 제도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도 가늠이 될 거예요. 현실과 상상의 공간을 넘나들면서 전개되는 이 소설을 만나보기를 권합니다.
TIP: 길담서원은 갤러리도 운영하고 있어 작품을 전시하기도 하고 판매하기도 한다.
후기:
공주에서 실제로 책을 파는 서점은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길담서원은 책만이 아닌 지식을 공유하며, 하나의 서원으로서 공주에 자리 잡고 있었다.
책을 가까이하는 건 꼭 종이가 아니어도 된다. 핸드폰으로, 패드로, 물론 종이로도 좋다고 생각한다. 글이라는 건 혼자만의 행위라서 지식을 공유할 수는 있어도, 대신 해줄 수는 없다.
고독이 무서운 사람이라면 길담서원에서 옆에서 함께 글을 읽는 사람을 보며 위로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가는 길이 예쁜 길담서원에 대한 이야기는 ins에서 더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길담서원 장소: https://naver.me/Fnv9wZCP.
길담서원 ins: https://instagram.com/gildamseowon?igshid=NzZlODBkYWE4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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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춤추는 별이 깃든 곳 1에서 이어집니다.)
Q. 책을 입고할 때 선정 기준이 있을까요?
A. “공주로 오면서 자서전적인 도서를 중심으로 하는 책방으로 컨셉을 잡았어요. 한 사람의 자서전에는 그 사람의 생애만 들어있는 게 아니고 심리, 역사, 사회, 문화적인 배경들이 다 드러나잖아요. 전쟁이 났으면 전쟁이 난 배경은 무엇인지 그 때, 어떤 인물이 어떤 판단을 했었는지 그 속에서 개인들은 풍랑을 어떻게 겪었고 극복해야만 했는지 등등 이런 글을 읽으면서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는 거울에 나를 비춰보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전개되거든요. 자서전적인 도서라는 거는 이 사회에서 어떤 업적이 있는 분들의 기록이잖아요. 그 사람들의 특징이, 대부분이 ‘누구를 지배하지도 않았고 누구의 지배를 받지도 않았다’라는 거예요. 히틀러 같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 자유로운 개인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누구로부터 지배받지도 않고 누구를 지배하지도 않으면서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무구한 자기 삶을 추구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이 자서전적인 도서를 중심으로 하게 되렀어요. 근데 두꺼우니까 잘 팔리지도 않고 안 읽는 거예요. 그래서 자서전읽기모임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공주에 와서 살면서 동식물에 관한 책을 좀 챙기고 있어요. 식물과 동물 그러니까 그 존재들이 근대화되는 과정에서 대상화되고, 정복할 대상이 되고 그랬잖아요. 그런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동지로서 동물과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래서 동물에 관한 책 식물에 관한 책과 인문학 전반에 관한 책과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된 그림책도 좀 있고 그래요.
Q. 대학생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A. “우리가 모든 걸 다 경험할 수는 없잖아요. 책을 통해서 정말 다양한 세계를 만나고 또 위로도 받고 공감도 하고 그러면서 자기 생각이 성장하는 기회를 얻는 것 같아요. 저에게 책은 외롭고 힘들 때 친구가 됐던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당장 그 책을 읽지는 않더라도 늘 좋은 책을 곁에 뒀으면 좋겠어요. 아무 페이지나 열어서 읽다가 끌리면 쭉 읽고, 전부 다 읽지 않더라도 책 등이나 뒤에 추천 글, 목차, 그런 것만 읽어도 나중에 그 책을 다시 만났을 때 한 발짝 그 책속으로 더 들어가게 되거든요.
책에는 영상에서 주지 못하는 깊이가 있어요. 그래서 책에는 들려주는 자연의 소리가 아니라 내가 상상하는 소리가 들리고 내가 그려보는 세계가 보이고 각자 개인의 경험과 지적인 척도에 따라 다른 세계가 펼쳐져요. 영화는 보여주기라면 책은 내가 상상하기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독서토론을 해보면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뿐만 아니라 문학작품에서는 감각적으로 인식했던 것들이 인문사회과학 책을 읽으면서 이성적 인식으로 바뀌고 그것이 앎을 넘어선 슬픔, 분노, 저항정신 등등 실천으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자기를 바꾸는 경험을 해요. 그래서 사사키 아타루라는 철학연구자는 책을 읽어서 무엇인가를 알아버렸다면,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어요. 책은 이렇게 강력하게 나를 바꾸는 매체이기도 해요.”
Q. 추천 책(책을 좋아한다면 이 파트는 꼭!)
A.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추천하고 싶어요. 먼저, 첫 문장 첫 단어가 ‘그러나’(But you may say~)로 시작해요. 여기서 그러나는 굉장히 많은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첫 문장은 그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어요. 버지니아 울프의 첫 문장 첫 단어 But은 아마도 지금 이 순간, 이전에는 어쨌든지 간에 괄호 안에 묶어두고, 앞으로는 달라져야만 할 그 무엇을 전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But이였고 여러분이 바라는 말과는 전혀 다른 말을 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이 책이 영국의 어느 여자대학에서 한 강연을 정리한 책이거든요. 저는 접속사가 이럴게 강렬한 의미로 사용된 문장을 읽은 적이 없어요. 가장 다층적인 의미의 첫 문장이자 첫 단어였어요.
무엇보다도 여성이 가부장적인 사회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공간인 자기만의 방과 아껴 쓴다면, 최소한으로 먹고 살 수 있는 500파운드가 필요하다는 100년 전의 한 소설가의 말은 여성을 사람으로 바꿔 읽는다면,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사회의 제도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도 가늠이 될 거예요. 현실과 상상의 공간을 넘나들면서 전개되는 이 소설을 만나보기를 권합니다.
TIP: 길담서원은 갤러리도 운영하고 있어 작품을 전시하기도 하고 판매하기도 한다.
후기:
공주에서 실제로 책을 파는 서점은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길담서원은 책만이 아닌 지식을 공유하며, 하나의 서원으로서 공주에 자리 잡고 있었다.
책을 가까이하는 건 꼭 종이가 아니어도 된다. 핸드폰으로, 패드로, 물론 종이로도 좋다고 생각한다. 글이라는 건 혼자만의 행위라서 지식을 공유할 수는 있어도, 대신 해줄 수는 없다.
고독이 무서운 사람이라면 길담서원에서 옆에서 함께 글을 읽는 사람을 보며 위로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가는 길이 예쁜 길담서원에 대한 이야기는 ins에서 더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길담서원 장소: https://naver.me/Fnv9wZCP.
길담서원 ins: https://instagram.com/gildamseowon?igshid=NzZlODBkYWE4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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